■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
제임스 우달 지음·김이섭 옮김·한길사

20세기를 마감하며 러시를 이루었던 언론과 출판의 '20세기 인물'
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음악가로 선정된 인물은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이었다. 일반인 상당수가 그 결과에 의아해 했다. 여러 리서치에서
존 레논에 맞선 존재는 그가 몸담았던 비틀스 뿐이었다. 여론기관이나
신문은 최고인물로 존 레논 아니면 비틀스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1980년 12월8일 팬의 총탄에 비명횡사한 존 레논도 생전에
마찬가지로 진실을 위해 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것은
'비틀스냐 요코 오노냐'였다. 존 레논의 선택은 요코였다. 존 레논의
전기문 '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은 이제까지 나온 그를
다룬 어떤 책들보다 존의 아내 요코에 대한 서술과 평가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저자 우달은 결코 요코를 존 레논이 활동할 당시의 서구인들처럼
'영국의 국보 존을 훔쳐간 무서운 마녀'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존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비틀스 시절에 억눌린 순수와 자아를 되찾아준
영혼의 동반자로 기록한다. 존과 요코의 동일한 욕망, 즉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정신이 여론의 호도를 넘어 그들을 합치게 했고
동일한 투쟁선상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것이다.

존은 요코를 만나면서 대중스타의 일상에서 탈피했고 진정성을 위해
자본주의의 부조리와 왜곡에 도전하는 반사회적 기수로 떠올랐다. 심지어
닉슨 대통령의 '정적' 중 하나가 되는 문화게릴라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존은 1972년 미국정부로부터 추방령을 받았다.

하지만 요코는 그의 진보적 사상은 물론, 지금도 사랑받는 존의 노래
'이매진' '여성은 세계의 노예'가 웅변하듯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가 1974년 요코와 별거 뒤에 겪었던 극심한
자아해체도 그녀와 재결합한 뒤에야 진정된다. 이후 존은 좌경투사에서
'아이 보는 남편'으로 변하여 다시 한번 인생탈골을 봉합한다. 존
레논을 '비틀스로부터의 완전해방'을 기하게 만든 사람은 바로
요코였던 것이다.

우달은 이전의 전기작가들, 레논을 향한 레이 콜먼의 우호적인 평가나
앨버트 골드먼의 악의적 해석과 같은 편향적 기술에서 벗어나 있다.
비틀스와 존 레논을 경멸에 찬 시선으로 바라본 우달의 아버지나 무조건
그들을 영웅시한 자신 세대의 젊은이들, 어느 쪽에도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면서 우리의 서태지를 통해서도 드러난 '세대차이'에 대한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달의 책에 객관성을 불어 넣어준 원동력은 물론 요코와의 관계를 통한
인간적 예술적 측면의 부각이다. 상처받은 존은 역시 상처받은
요코로부터 '사랑과 혁명'을 동시에 얻었다. 우달의 결론은 존의 아들
숀이 언젠가 한 말과 연장선상에 서있다. "아버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요? 세계평화, 나 그리고 우리 엄마(요코)입니다."

( 임진모·음악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