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되기 이전 바미안 불상(위)과 CNN이 18일 공개한훼손된 바미안 불상의 모습.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근본주의정권인 탈레반이 파괴한 바미안 석불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18일 공개됐다.

CNN이 단독 입수, 이날 공개한 비디오테이프에서 바미안 석불은 그
윤곽만이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을만큼 파괴됐다. 수세기에 걸친
파괴행위와 풍상을 견뎌낸 불상의 머리부분과 다리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불상 몸통부분에 조각돼 있던 섬세한 옷주름과 아름다운
신체의 굴곡도 사라졌다. 불상을 감싸고 있던 불꽃 모양의 감실 역시
대공포 사격 및 폭발물로 인해 심하게 훼손됐다.

탈레반의 와킬 아흐메드 무타와켈(Wakil Ahmed Mutawakel) 외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는 21일 기자들의 접근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모든 출입은 탈레반에 의해 차단돼고 있으며, 외부
전문가 및 언론사가 파괴 현장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쿼트라툴라 자말(Quatratullah Jamal) 탈레반 공보장관은 불상 등 6000여
불교유적 파괴 결정은 아프가니스탄의 400여 이슬람 성직자들이
수개월간에 걸쳐 토론한 결과 내려진 결정이며, 탈레반 고위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Mohammed Omar)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고 17일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불상 파괴에 반대하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었지만 한번 내려진 결정에는 모두 따라야 하며, 이는 오마르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마르는 석불 파괴가 예상보다 지연된 것에 대한 속죄를 위해 소
100마리를 희생물로 바치기로 했다고 탈레반 공영 샤리아방송을 인용,
AP가 16일 전했다. 샤리아방송은 이날 오마르가 속죄물로 바쳐진 소들을
도축, 고기를 극빈층에게 나눠줄 것을 명령했다고 전했다.

한편 스리랑카는 파괴된 석불의 잔해를 사들여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락시만 자야코디(Lakshman Jayakody) 대통령 보좌관이 18일
밝혔다. 자야코디는 "우리는 바미안 석불과 같은 불상들을 재조립할
전문가와 경험을 갖추고 있다"면서 "바미안의 석불 잔해 인수를 공식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