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5천5백만달러 해외 시장에 일본 도전 ##.

' 김치(Kimchi)'냐 '기무치(Kimuchi)'냐. 표준 전쟁은 첨단 기술 분야
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식품인 김치도 치열한 국제 표준
전쟁의 대상이 돼왔다. 세계 시장에 통용될 '표준 김치'의 이름과 맛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이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여온 것이다.

김치 전쟁의 무대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세계식량농업기구
(FAO)와 국제보건기구(WHO) 산하 기구로 국제적으로 폭넓게 거래되는 식
품의 표준, 예컨대 어떤 재료와 인공적 첨가물을 쓸 수 있는지 등등을
정하는 곳이다.

최근 한국은 일본과 김치 표준 전쟁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국
제식품규격위원회 사무국에 제출할 김치의 국제 규격 초안을 마련하면서
일본과의 지루한 협상 끝에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지난 9월2일 일본 농
림성에서 열린 한·일 4차 회의에서 김치의 국제적 명칭은 '김치(Kimchi)'
로 최종결론이 났다. 그동안 일본은 "김치 종주국이 어떻게 한국이냐"는
주장까지 펼치며 김치의 일본식 발음인 '기무치' 표기를 주장해 왔다.

일본측 논리는 일본의 대표적 절임 식품인 '츠케모노'의 일종이 김치이
기 때문에 김치 종주권이 일본에도 있다는 것. 일본은 '차이니스 기무치'
'오리엔탈 캐비지 기무치' 등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으나 지난 7월 서울
서 열린 3차 회의에서 '기무치'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대신 일본이 집요하게 요구한 것은 김치에 일본 맛을 가미하자는 것.

예컨대 일본은 김치도 츠케모노처럼 간장에 절이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고 주장해 왔다.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은 '기꼬망' 간장을 앞세워 일본
식김치로세계 시장을 석권하려는 계산이었다. 또 맵지 않고 색깔이 옅은
'파프리카(Paprica)' 고추를 기본 재료로 사용하자는 주장도 폈으나 이
는 "그러면 김치의 본래 맛이 사라진다"는 우리측 주장에 눌려 관철되지
못했다.

● 아직 초안 단계… 2000년대 돼야 국제 규격 나올듯.

이번에 반영된 일본측 요구는 채소 조직 정강제와 산도 조절제 등 인
공 첨가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우리측은 조직 정강제는 채소의 신선
도를 유지시키는 첨가물로 김치가 곰삭은 깊은 맛을 막지만 장기 보관에
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받아들였다. 산도 조절제는
신맛을 조절하는 첨가물로 단시간에 제맛을 내는 '츠케모노'를 만들 때
쓰이는데 우리측은 산도 조절제를 써도 김치의 본래 맛을 크게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역시 허용했다고 한다. 우리측 협상 대표인
한국식품개발연구원 김정옥 표준화연구부장은 "이름뿐 아니라 맛에서도
거의 한국 김치로 규격안이 마련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일본의 김치 산업은 88 서울 올림픽 후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신풍'
이라는 유행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현재 일본 김
치 시장은 연간 5백억원선. 이 중 한국산 김치는 10% 정도의 시장 점유
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내수 시장 규모가 연간 3천5백억원인 것과 비
교하면 일본의 김치 시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은 김치
산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츠케모노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많은 츠케모노 업체들이 김치 생산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
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 박완수 박사는 "세계에 퍼져 있는 일본 교포들
을 통해 '기무치'가 외국에는 꽤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33개국
에 연간 5천5백만달러(95년)어치를 수출하고 있다.

이번에 일본과 합의 아래 김치 규격 초안을 마련했지만 김치 규격이
확정되기까지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 전문분과위원회 논의등 많은 단계를
거쳐야한다. 때문에 2000년대 초나 돼야 국제 규격의 김치가 탄생할 전
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