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 공작원 「베스트셀러」는 브라우닝 권총 ###.

지난 2월 15일 일어난 이한영씨 피격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간첩」으
로 보이는 범인이 범행에 사용한 권총은 제 「브라우닝」이라고 성
급하게 발표했다. 그러나 그후 탄환은 체코제 25구경 권총 실탄과 같은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 초동수사가 엉망이 었음이 드러나는 망신을 당했
다. 따라서 범인이 실제 사용 권총이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
은 상태이다. 물론 체코제 25구경 권총용 실탄을 「브라우닝」 권총에 장
전해 쓸 수도 있으므로 범행에 사용한 권총이 브라우닝일 가능성은 여전
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이한영씨 피격 사건을 계기로 북한 간첩들
이 주로 쓰는 총기들을 알아본다.

간첩 사건 때마다 이름에 오르내리는 「제 브라우닝 권총」은 어
떤 총일까? 1905년 에서 개발된 이 총의 정확한 명칭은 「브라우닝
베이비 모델 25」이며 통칭 「베이비 브라우닝」이라 부른다. 구경 0.25인
치(약 6.35㎜), 길이는 약 10.3㎝, 실탄 여섯 발을 장전한 무게가 2백70g
에 불과한 초소형이다. 따라서 여성 핸드백이나 남성 양복 주머니에 넣
은 채로 거리를 활보해도 웬만큼 전문적인 식별력을 갖춘 수사 요원조차
눈치챌 수 없을만큼 작은 크기다. 게다가 부품 숫자가 놀랍도록 적어 구
조가 지극히 간단하고, 작동 불량 등 고장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조작
방법 또한 지극히 간단하다.

덕분에 현재까지도 전세계 비밀 공작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고 있는
권총이다. 실제로 60년대 이래 남파 간첩 장비에서 거의 「단골 메뉴」가
돼왔고, 70년대 중반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최소한 1백70만정 이상이 팔
려나간 베스트 셀러다.

●베이비 브라우닝 유효 사거리, 4∼5m.

워낙 많이 만들어진 탓에 나 체코 등 활동이 비교적 자유롭
고 총기 소지가 법으로 보장된 나라들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가장 손쉽게
입수할 수 있는 권총이 바로 이것이다. 또한 여기에 사용되는 25구경 실
탄도 많은 나라에서 제조되고 있어(물론 한국에서도 만들고 있다) 매우
입수가 쉬운 편이다.

이런 베이비 브라우닝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총성이 아주 작다는 것
이다. 충전된 화약 양이 절대적으로 적은 25구경 실탄을 사용할 뿐더러
소음기까지 장착하게 되면 「철컥」 하는 총 자체 기계 소음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아파트 복도에서 권총이 발사되었
음에도 불구하고 총 소리를 들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은 범인이
이 베이비 브라우닝에 소음기를 장착하여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음을 시
사해준다.

그렇다고 이 베이비 브라우닝은 4∼5m 이내 근거리가 아니면 사람 두
개골이나 두꺼운 방한복조차 관통하지 못할 만큼 위력이 약하다. 경찰
발표로는 이 총 유효 사거리가 35m라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히 틀린 얘기
이고, 실제로는 아무리 길게 잡아야 15m가 한계다. 이한영씨가 피격 후
잠시 의식이 남아있었다는 점과, 나중에 또 다른 한 발이 입고 있던 방
한복조차 관통하지 못하고 옷 안감에 박혀 있었다는 점 또한 범행 권총
이 바로 이 베이비 브라우닝일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각국 공작원들은 반드시 머리와 심장에 두 발 이상씩을 발
사하도록 교육받았고, 전설적인 이스라엘 정보 기관 「모사드」 요원들은
지금도 25구경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총구를 머리에 바짝 붙인 채로 두
발이상을 쏘도록 훈련받고 있다.

지금까지 남파 간첩들이 사용해온 총기는 「베이비 브라우닝」 이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이른바 「비합법 투쟁」을 벌이는 무장 공비가 아니라
신분을 숨기고 대한민국 시민들 속에서 「합법 투쟁」을 하는 간첩이라면
자연히 사용 총기는 권총 정도로 제한되게 마련이다.

지금까지 간첩들이 가장 많이 휴대했던 권총은 의외로 공산권에서 만
든 것이 아니라 흔히 「브라우닝 권총」으로 통칭되는 구경 9㎜의 「브라우
닝 하이파워」이다 (브라우닝사에서 제조한 권총은 수없이 많지만 그 중
에서도 이총이 가장 유명하고, 이것과 구분하기 위하여 앞서 말한 25구
경소형 권총을 「베이비 브라우닝」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 총은 원래 에서 개발되었지만 2차대전 당시 캐나다에서도 수
십만정이 생산되었고, 그 대부분이 중국으로 수출되었다. 이 때문에 공
산화 이후에도 중국은 이 서방제 권총 최대 보유국으로 남아있었고, 그
일부가 북한 공작원들에게 흘러들어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다(실제
로 「브라우닝」 상표를 쓰고 있는 FN사는 전후에도 수많은 하이파
워신형 모델을 생산했지만, 북한 간첩들이 휴대한 것은 한결같이 중국이
보유하고 있던 캐나다제 구형 모델이었다).

●다발 「스콜피온」은 요인 암살용 최적.

이 권총은 앞서 말한 베이비 브라우닝보다는 훨씬 크지만 위력도 6배
이상 강하며 실탄도 13발이나 장전할 수 있다. 또 숙달된 사수라면 50m
떨어진 곳에서도 확실한 인명 살상이 가능하며, 국군의 제식 권총 K5와
사용한 총이 똑같기 때문에 실탄을 현지 조달할 수 있다는 것도 북한 간
첩들이 주로 휴대하는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미국계 「콜트 45」도 간첩 혹은 공비 장비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총은 미국제 그대로인 경우가 많은데, 실탄이 적게 들어가고 반동이
강해서 사용하기 불편한 편이지만 이것 역시 국군에서 적지 않은 양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탄약 현지 조달이 용이하고, 또 위력이 강해 단발에
상대를 확실히 쓰려뜨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총은 2
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미국이 중국으로 상당한 양을 수출했기 때문에
북한이 손에 넣기 쉽다는 점도 많이 쓰이는 이유 중 하나이다.

북한이 개발한 68식 권총(66식 권총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도 간
첩용 장비로 쓰이기는 하지만, 사용되는 탄환이 국군이나 미군에서는 쓰
지않는 30구경탄(총구 지름 7.62㎜)이므로 탄약 현지 조달도 어렵고 크
기에 비해 위력이나 장탄 수가 적어 직급이 낮은 간첩들, 예를 들어 잠
수함 승조원정도에게만 지급되는 것 같다.

권총보다 조금 큰 정도의 크기에도 불구하고 실탄 20발을 기관총처럼
연발로 발사할 수 있는 7.65㎜의 체코제 「스콜피온」(모델 번호 Vz 61)도
남파간첩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무기 중 하나이다. 한발 한발
위력은 베이비 브라우닝의 두 배 가량으로 27㎝라는 총 크기에 비해서는
상당히 위력이 약한 편이지만, 반동이 약하기 때문에 여성이나 어린이들
도 조금만 훈련받으면 손쉽게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고 감추고 다니기도
쉽기 때문에 서유럽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요인 암살용으로 널리 사용해왔
다. 세계적인 총기 생산국인 체코 제품답게 정밀하면서도 튼튼한 이 총
은 베이비 브라우닝과 마찬가지로 우수한 소음기를 장착할 경우 소리가
아주 작아지기 때문에 북한뿐 아니라 많은 공산 국가에서 비밀 공작용으
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위력이 약하다고는 해도 거의 소리 없이 10m 정
도 거리에서 약 1.3초만에 20발을 표적에 퍼부을 수 있는 이 스콜피온은
요인 암살용으로 최적의 무기가 아닐 수 없다.

스콜피온뿐 아니라, 북한이 오래전부터 체코에서 수입하는 총기류나
탄약류는 의외로 많다고 전해지며 대부분은 비밀 공작 부서에서 수입한
다고 알려져 있다. 체코제 총과 탄약은 모두 값이 싸면서도 품질이 우수
하여 미국이나 독일 등에서도 인기가 높은데, 이번 사건에서 체코제 탄
피가 발견된 것 역시 북한 간첩 소행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부분이다.

일단 신분 위장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상당한 화력을 갖추어야
하는 게릴라 요원들은 권총 이외에도 자동소총으로 무장하는 것이 보통
인데, 역시 가장 일반적인 것은 북한제 「58식 보총」이다. 소련이 2차대
전직후에 개발한 구경 7.62㎜ AK소총을 북한에서 58년에 국산화한 이 총
은 북한 정규군의 제식 소총이고, 67년의 「1.21사태」를 비롯하여 최근
의 강릉 지역 잠수함 침투 사건에 이르기까지 대소 규모 남파 공비들이
거의 빠짐없이 휴대하고 있었다.

이밖에 68년에 개발된 「68식 보총」도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으로 58식
과 완전히 동일하며 단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총 본체를 철판으로 프
레스 가공한 것으로 (58식은 통쇠를 깎아 만든 것) 전체 무게가 줄어든
대신 구조적 신뢰성은 58식보다 떨어지는 「개악 모델」로 알려져 있다.

●M16 사용 땐 총번 등 흔적 지우는 「소독」.

간첩이나 공비가 이 북한제 정규군의 소총을 사용하는 이유는 역시 얼
마든지 쉽게 입수할 수 있다는 점 이외에도, 근본적으로 이 AK 계열 소
총은 매우 튼튼하고 고장이 없어 신뢰성이 높다는 점이다. 깊은 숲속에
서 장기간 숨어서 활동해야 하는 게릴라 요원들은 정규군처럼 수시로 총
기를 손질할 여유가 없고, 이런 면에서 웬만한 악조건에서도 별 무리 없
이 작동해주는 것이 바로 이 총이기 때문이다.

또 북한군은 최근 구경 5.45㎜의 고속탄을 사용하는 구소련제 AK 74를
그대로 모방한 신형 소총을 사용하고 있다. 이 소총은 우리 국군의 K2나
M16과 거의 비슷한 고성능으로 알려져있지만, 최소한 남파 공비나 간첩
이 이것을 휴대한 전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아마도 이 신무기가
아군에게 노획당함으로써 그 전모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짐작된다.

이밖에 지금까지 남파 간첩, 혹은 공비들이 휴대했던 소총 중에서 특
이한 것으로는 M16이 있다. 최근 강릉 침투 공비들도 휴대했던 이 총은
80년대 중반까지 우리 국군의 제식 소총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일부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일단은 국군으로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서라고 설
명되고 있다. 그러나 국군의 제식 소총이 대부분 국산 K2로 바뀐 지금
그런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M16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많다. 우선 탄창과 실탄이 국군의 K2와 그대로 호환되기 때문에
긴급시에는 국군으로부터 노획한 실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정밀
사격과 살상 능력에서 68식이나 58식보다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60년
대초 미국에서 개발된 이 총을 공비들이 휴대하게 된 경로에 대해서 의
문을 품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대단한 문제는 못된다. 왜냐하
면 민간인 총기 소지가 보장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반자동으로 만들어진
이 총이 자유롭게 팔리고 있기 때문에 한 나라 공작 기관이 개입한다면
어렵지 않게 반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자동 소총으로 개조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이 총은 미국 이외에 한국이나 필리핀, 싱가
포르 등 여러 나라에서 라이센스 생산된 바 있고, 또 중국에서도 다량으
로 무단 복제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공작기관에서 입수했을 가능성이 크
다.

특히 남파 공비들이 휴대한 M16은 제조국이나 총번 등을 새겨둔 「각인」
이 전혀 없는 것이 특색인데, 실제로 세계 각국 특수 부대나 지하 공작
원들은 체포 당했을 때 아무런 단서를 남기지 않기 위해 일부러 이런 국
적불명상태의 총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고, 이런 것을 이 세계 은어로
「소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