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현지 시각) 미 항공우주국(NASA)은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아르테미스 1호 발사에 성공했어요. 아르테미스(Artemis)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름이에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3단계로 구성된 NASA의 달 유인(有人) 탐사 계획이에요. 1단계인 1호는 무인(無人) 우주선으로 달 궤도를 탐사해요. 발사체 이름은 SLS(Space Launch System). 이 발사체에 실험용 마네킹 등이 들어있는 오리온 우주선을 실어서 보냈어요. 2단계인 2호에는 사람이 타요. 2024년에 쏘는데 달 궤도에 도착해 운항 시스템을 시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2025년에 3단계로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하는데 이때 유인 우주선으로 달 표면에 사람이 발을 디딜 예정입니다.

인류가 달에 발을 처음 들인 건 잘 알려진 대로 1969년 7월 20일이에요. 미국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미국인 닐 암스트롱이 역사적인 순간을 장식했죠. 그 뒤로도 이를 포함해 6번 달 탐사를 진행했지만 1972년을 마지막으로 달 탐사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어요. 아르테미스가 계획대로 2025년 달 착륙에 성공한다면 53년 만에 다시 달나라를 여행하는 셈이죠. 그런데 이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과정에선 고충이 많았다고 해요. 지난 8월 첫 발사 시도 때에는 온도 센서 결함 등으로 중단됐고, 네 차례 발사가 연기되기도 했어요. 이미 달 탐사를 한 경험이 쌓였을 텐데 왜 이리 힘들게 진행되는 걸까요. 그동안 달에 안 갔는데 이제야 또 가려는 이유는 뭘까요.

◇미국·소련 누가 먼저 달에 갈까 경쟁

1960년대 미국과 소련은 우주 기술력 경쟁을 마치 스포츠 경기처럼 치열하게 전개했어요. 그게 국력을 과시하는 지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 목표 중 하나가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것이었죠. 소련은 1957년 세계 최초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959년 무인 달 탐사선 루나 1호를 개발하면서 미국을 앞서갔어요. 1966년엔 루나 9호가 무인 우주선으로 세계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하기도 했죠. 자존심이 상한 미국은 유인 달 착륙을 위한 아폴로 계획에 총력을 기울여 1969년 7월 20일 기어코 아폴로 11호로 인류가 달 표면에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1972년 아폴로 17호까지 모두 6번 유인 달 탐사가 이뤄져 12명 우주인이 달 표면을 밟았어요.

그런데 이런 달 탐사 열기는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급속히 식어요. 당장 먹고사는 문제와 관련도 없는데 너무 많은 돈을 낭비한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죠. 아폴로 계획에만 지금 환율로 200조원 넘게 투입됐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어요. 달 착륙이란 상징적인 목표에만 치중한 나머지 그 다음 다른 행성이나 우주 탐험 계획과 연결성이 없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아폴로 로켓 제작 기술 보관 소홀

‘아폴로 열풍’이 잠잠해진 뒤로 미국과 소련 두 나라는 더 장기적인 우주 개발과 탐험을 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그냥 달에 갔다 오는 게 아니라 달에 우주정거장을 짓고 2031년 이후 달에 유인 기지를 세우는 게 목표예요. 이를 발판으로 인류를 달에서 화성에 보내는 ‘달에서 화성으로(moon to mars)’ 계획으로 발전시키려는 구상입니다.

그런데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곤란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1969년부터 1972년까지 유인 우주선을 싣고 인류를 달에 보낸 로켓은 길이 약 110m 새턴 V(Saturn V)였어요. ‘로켓의 아버지’로 불렸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가 만든 3단 로켓이에요. 이 로켓은 최근까지 인류가 개발한 로켓 중 가장 큰 추진력을 자랑했는데 케로신(등유 계열 액체연료)을 쓴 F-1 엔진 5기를 사용했지요. 아폴로 우주선을 지구에서 달까지 보내는 데 3일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문제는 아폴로 계획이 끝나면서 새턴 V를 만드는 기술이 사실상 사장됐다는 점이에요. F-1 엔진 하나에는 대략 5000~6000개 부품이 들어가는데 F-1 설계도와 기술 메모 등은 남아 있었지만, 이 엔진은 지금처럼 컴퓨터를 통해 정밀한 디자인 작업으로 만든 게 아니라 모두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수정된 결과들이 서류에 일일이 반영되지 않았어요. 남아 있는 설계도가 실제 제작된 로켓과 달랐던 거죠. 이 때문에 F-1 부품 중 이게 뭔지 모르는 게 5~10%나 됐고, 설사 뭔지 파악했더라도 제작 과정에 참여한 기술진이 오래전 세상을 떠났거나 은퇴해버려 다시 만드는 방법을 알 길이 없었다고 해요. 부품 자체도 공군 기지나 대학 연구실, 사립 박물관 수장고 등 여기저기 흩어져 버려 다시 찾기도 어려웠다네요.

◇무인 우주선 실을 수 있는 로켓 개발

결국 NASA는 로켓을 다시 개발해야 했어요. 그렇게 새로 만들어진 로켓이 바로 SLS라는 2단 로켓입니다. 총길이 98m 정도로 새턴 V보다 약 12m 짧지만, 추력(推力·추진력)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로켓 중 가장 강하다고 해요. SLS 엔진은 기존 우주왕복선에 사용되던 엔진(RS-25)을 개량한 거예요. 추력이 총 3910t으로 새턴 V(3450t)보다 15% 더 강하고, 발사체 무게는 250만kg으로 280만kg인 새턴 V보다 가볍죠. 속도도 빨라졌어요. SLS 최고 속도는 시속 3만9500㎞로 새턴 V의 2만8000km보다 훨씬 빨라요. SLS는 27t 이상 화물을 수송할 수 있어 각종 장비를 싣고 떠나는 아르테미스 3호를 보내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간주됩니다.

[아르테미스 지원 사격하는 다누리]

지난 8월 한국의 첫 달 궤도선인 다누리가 발사됐어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달 착륙 후보지 탐색을 돕는 게 임무 중 하나예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목표 중 하나는 달의 남극 지점을 중심으로 인류가 정착할 기지를 건설하는 건데요. NASA는 우리나라 다누리에 자신들 관측 장비 ‘섀도 캠(Shadow cam)’을 실어 보냈어요. 다누리는 최근 NASA가 정한 달 남극 착륙 후보지 13곳 등 달에서 태양빛이 닿지 않는 지역을 정밀 촬영할 예정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