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양자 회담에서 준비한 메시지를 윤 대통령에게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 수용 등을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에서 처음 열린 양자 회담에서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시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고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양자 회담을 시작하면서 “제가 대통령님 드릴 말씀을 써 가지고 왔다”며 안쪽 주머니에서 A4 용지를 꺼낸 후 모두발언을 했다. 이 대표는 약 15분간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이 대표는 A4용지 10장 정도의 원고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자 원고지 28매에 달하는 분량이었다.

이 대표는 “국민께서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지 어떻게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느냐’고 말씀하신다”며 “저희가 (국회에서) 오다 보니까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사실 지난 2년은 정치는 실종되고 지배와 통치만 있었다는 그런 평가가 많다”며 “특히 어렵게 통과된 법안들에 대해 저희 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같은 이런 조치는 민주공화국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삼권분립,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일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 발언 중간 중간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29일 서울 용산 전자상가 매장에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회담 장면이 TV로 보도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우리 국민이 혹시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닐까 이런 걱정들을 하는 세상이 됐다”며 “모범적인 민주국가로 평가받던 우리 대한민국에 대해 스웨덴 연구기관이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다라는 그런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말씀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선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발언을 마치자 “좋은 말씀 감사하고, 또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오던 얘기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자세한 말씀은 저희끼리 얘기하시죠”라고 했다.

양자 회담은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회담에는 양측 배석자 3명씩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후 2시쯤 회담이 시작할 때는 양측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윤 대통령은 집무실 입구에서 이 대표와 반갑게 악수를 했다.

이 대표는 “아이고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고, 윤 대통령은 “오랜만입니다. 잘 계셨어요. 선거운동하느라 아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다 이제 건강 회복하셨나요”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아직 많이 피로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자 회담이 열리는 원형 테이블로 이동해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하고, 정말 그 후보 때 저희가 행사나 TV토론 때 뵙고 당선 축하 인사도 전화해주시고 국회에 가서 한두 차례 뵙고 오늘 이렇게 또 용산에 오셔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게 돼서 반갑고 기쁘다. 편하게 좀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라”고 했다.

이 대표는 “오늘은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이 대표하고 만나는 거 우리 국민이 다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