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일 오전 6시 53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 1발을 발사했다고 합참이 밝혔다. 우리 정부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지난달 18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15일 만의 도발이다. 한·미·일 3국은 이날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향한 경고 성격으로도 해석됐다.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600여 km를 비행한 뒤 동해 상에 떨어졌다.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본다면 비행거리가 짧은 편이다. 그러나 러시아 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사거리를 조절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부 제원은 군 당국이 분석 중이지만, 고체 연료를 장착한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0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에 장착할 고체 연료 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체 연료 미사일은 액체와 달리 연료 주입 과정이 없기 때문에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

이에 대응해 한·미·일 3국은 핵무기 운용이 가능한 미국의 B-52H 전략폭격기의 참여하에 연합 공중 훈련을 실시했다. 한·미·일 3국 연합 훈련 정례화를 약속한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합의에 따라 올해 처음 시행된 훈련이다. B-52H는 B-1B ‘랜서’, B-2 ‘스피릿’과 함께 미군이 운용하는 3대 전략폭격기 가운데 하나다. 이 폭격기는 사거리 200㎞의 핵탄두 탑재 공대지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1t의 폭탄을 실을 수 있고, 6400㎞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폭격한 뒤 복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2일 동해상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비행체를 발사했다. 사진은 북한이 개발한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 발사 장면. /노동신문 뉴스1

제주도 동남쪽 한일 방공식별구역(ADIZ) 중첩 구역에서 이뤄진 이날 훈련에는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미국 공군의 F-16 전투기, 일본 항공자위대의 F-2 전투기 등이 참가했다. 군 당국은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이날 “북한이 추가적인 불법, 불안정 조성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은 이날 외교 채널을 통해서도 3자 협의를 가졌다. 이준일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 정 박(Jung Pak) 미국 국무부 대북 고위 관리, 하마모토 유키야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은 우리 총선을 앞두고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이날 북·러 협력에 가담한 러시아 선박 2척, 러시아 기관 2곳과 개인 2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우선 다량의 컨테이너를 싣고 러시아와 북한을 오가며 군수물자를 운송한 러시아 선박 ‘레이디 알’과 ‘앙가라’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우리 당국의 허가 없이 우리 항구에 입항할 수 없도록 했다. 또 IT 인력을 포함한 북한의 해외 노동자 송출에 관여한 러시아 기업 ‘인텔렉트 LLC’와 ‘소제이스트비예’, 두 기업의 대표를 각각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