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강태웅 더불어민주당 후보자와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자가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아리랑TV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방송토론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강 후보자가 강세를 보인 데 반해 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 여론조사에서는 권 후보자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뉴스1

한국경제신문이 직접 의뢰한 총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가 사실상 중단시켰다고 한경이 보도했다. 일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이 강세를 보이자 야당 강성 지지자들 반발이 쏟아졌고, 이에 여심위가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은 1일 보도를 통해 “전날 여심위가 총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사실상 중단시켰다”며 “일부 지역구 결과가 전화면접·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이뤄진 조사들과 다르게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나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게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 여론조사는 전화면접이나 ARS 등을 통한 기존 조사와 달리 모바일웹 조사 방식이 쓰였다. 응답률을 높이고 무당층의 설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 일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답변이 나왔고, 여심위에 ‘기존에 없던 방식을 왜 허용했느냐’는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항의가 빗발쳤다고 한다.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던 여심위가 그 후로 추가 자료를 요구하고 남은 결과 발표를 중단시켰다는 게 한국경제신문 측 주장이다.

◆ 한국경제신문 “조사 방법 사실상 사전 협의한 것”

한국경제신문 측은 여심위가 이번 조사 방식에 대해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사전 협의를 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피앰아이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건 지난달 초다. 당초 3대 통신사 가입자 2300만명을 기반으로 조사 대상을 선정했지만, 여심위가 ‘기준이 없다’며 난색을 표해 전체 가입자에서 인구 비례에 따라 추출한 274만 명의 패널을 대상으로 했다.

이렇게 진행된 조사 중 이번 총선 접전지인 한강·반도체·낙동강 3대 벨트 결과가 지난달 19일 보도됐다. 이에 대해서도 여심위는 두 차례 피앰아이 현장조사와 자료 요청 등으로 조사 방식을 상세히 검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 과정에서 274만 명의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고, 피앰아이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상 불가능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조사 시행 이후 4개 여론조사가 온라인에 공개된 28일까지 여심위는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 다른 여론조사와 얼마나 달랐길래

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 여론조사와 다른 여론조사 결과가 달랐던 지역구는 서울 용산, 서울 중·성동갑, 경기 하남갑 등이다. 용산에서는 MBC·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강태웅 민주당 후보가 42%, 권영세 국민의힘 후보가 41%로 소폭 앞섰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 조사 결과 권 후보가 37.4%로 강 후보(25.3%)를 10%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성동갑의 경우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전현희 민주당 후보(37%)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30%)를 앞섰다. 그러나 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 조사에 따르면 39.8%를 기록한 윤 후보가 34%의 전 후보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경기 하남갑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앞서 경인일보·KSOI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추미애 민주당 후보가 47.8%로 43.2%를 기록한 이용 국민의힘 후보를 앞질렀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피앰아이 조사에서의 지지율은 이 후보가 37.8%, 추 후보가 37.5%로 집계됐다.

◆ “野지지자 항의 시점부터” VS “관계 없다”

한국경제신문은 “기류가 바뀐 건 지난달 29일쯤”이라며 “서울 용산, 중·성동갑, 경기 분당갑 등의 지역구에서 다른 조사와 달리 국민의힘 후보가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여론 조사의 신뢰성을 문제 삼기 시작한 시점과 같다”고 주장했다. 기자들이 일부 야권 지지자들로부터 인격 모독이 담긴 수십 통의 항의 메일을 받았다고도 했다.

또 “29일 당일 한 여심위 관계자가 피앰아이를 찾아 ‘우리도 부담되니 남은 조사는 공표하지 말아달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했다. 그 후로도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계속되자 여심위는 피앰아이 직원들에게 추가 자료와 행정동별 구체적인 인적사항 제출을 요구하며 ‘해당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위법’이라는 통보를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여심위 측은 “조사 결과 공표 금지를 통보한 게 아니고 위법 소지가 있을 수 있어 기준을 안내했을 뿐”이라며 “야권 지지자 반발로 추가 조사에 나선 것도 아니다”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