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위치를 알리는 국제표준 그림, 1972년 일본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뒤 지금까지 사용돼 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바지입은 남성'과 함께 '치마입은 여성'그림도 비상구 그림에 등장시킬 방침이다. /뉴스1

정부가 치마 입은 여성 그림을 비상구 도안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12일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었다.

행정안전부는 전날(11일) 대형 재난 시 시민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여러 유형으로 운영 중인 재난 대피소를 일원화하는 작업에 나설 예정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남성만 표시한 비상구 유도등에 치마를 입은 여성 도안을 추가해 혼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각종 온라인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비상구 도안 교체 검토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 안은 기존 비상구 표지판이 아닌, ‘향후 새롭게 설치하는 표지판’을 대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였지만, 온라인에서 기정사실처럼 퍼져나가면서 남성 네티즌을 중심으로 반발이 크게 일었다.

네티즌들은 “예산이 남아 도냐” “저게 더 남녀 차별 아닌가. 여자는 무조건 치마에 긴 머리냐?” “뚱뚱한 사람, 장애인, 어린이는 저기로 못 피하나? 왜 안 그려주나?” “저걸 ‘사람’이 아니라 남자로 보느냐” “차라리 펭수를 그려라” “저런 걸 바꾼다고 남녀가 평등해지나” 등의 의견을 남겼다.

허은아 '개혁신당(가칭)' 공동창당준비위원장이 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린 당원모집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허은아 개혁신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저 마크를 보고 남자만 대피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제발 글로벌 스탠다드 운운하며 시민들 가르치려 들지 말고 생각이란 것을 좀 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비상구 마크가 어떤지 관심도 없다”며 “개혁신당은 여의도 정치인들의 한가한 소꿉장난에 국민의 벼랑 끝 삶을 맡겨두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정부 측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비상구 유도등 도안 변경은 구체적으로 변경사항이 결정된 바 없다”며 “추후 디자인을 변경하더라도 기존 설치된 유도등을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신규 설치되는 유도등에 적용하게 될 예정이므로 예산 낭비 우려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