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선일보 DB

선거관리위원회가 강력범죄가 적발된 소속 직원들에 대해 잇따라 ‘솜방망이 징계’를 내린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선관위에서 최근 8년간 최고 수위 징계인 파면은 단 한 차례도 내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선관위의 과거 솜방망이 징계에 대한 감사도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입수한 선관위 공무원 강력범죄 현황에 따르면, 선관위는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성폭력 등을 저지른 소속 직원들 대다수에 경징계 조치를 내렸다. 선관위 직원이 저지른 강력범죄 중에서 절도가 7건(특수절도 포함)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성비위 4건, 폭행 2건 순이었다.

구체적으로 2017년 10월 서울 선관위 소속 6급 직원 A씨는 몰래카메라로 불법 촬영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관위는 해당 직원에 대해 감봉 2개월의 가벼운 징계조치를 내렸다. 이듬해인 2018년 6월 경북 선관위 소속 4급 직원 B씨는 공중 밀집 장소에서 추행을 저지른 범죄가 인정됐지만 선관위는 경고 처분에 그쳤다.

선관위는 2019년 2월 공연음란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경북 선관위 소속 7급 직원 C씨도 감봉 2개월로 경징계했다. 같은 해 12월 강원 선관위 소속 5급 직원 D씨는 성매매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기관에 넘겨졌지만 견책 처분을 받았다. 견책은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을 꾸짖어서 뉘우치게 하는 징계다.

자료=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슷한 기간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가 공무원의 성폭력·성희롱·성매매 등 성비위 관련한 징계 건수는 1106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파면·해임 처분이 내려진 경우는 전체 성비위에서 36.5%(404건)에 달했다. 이 밖에 정직은 301건, 강등은 78건으로 각각 나타났다. 개별 범죄의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선관위 직원들이 다른 공무원들보다 관대한 징계를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가 소속 직원의 범죄에 정직 이상 중징계를 내린 경우는 2021년 6월 절도 혐의로 적발된 8급 직원에 내린 정직 1개월 징계가 유일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직 가운데 가장 수위가 낮았다.

같은 기간 최고 징계인 파면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1963년 선관위가 창설된 이래 현재까지로 범위를 확대하면 선관위가 내린 파면 조치는 모두 4차례였다. 2003년 중앙선관위 간부(금품수수), 2009년 경기 선관위 8급 직원(품위유지의무 위반), 2013년 경기 선관위 9급 직원(공금횡령), 2014년 충남 선관위 행정주사(금품·향응수수)가 각각 파면된 바 있다. 파면된 공무원은 5년간 공무원으로 재임용 될 수 없으며 공무원 연금도 50%로 삭감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같은 성비위를 저질러도 평범한 공무원들은 상당수 정직 이상의 무거운 징계가 내려지는데, 선관위 직원들은 가벼운 조치만 받은 경우가 많다”며 “선관위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견제받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의 과거 솜방망이 징계에 대해서도 철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