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 화폐 ‘이상 거래’ 의혹 관련 검찰이 계좌 추적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라임 펀드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도피를 준비할 무렵 검찰이 청구한 두 번째 구속 영장을 기각했던 A 부장판사인 것으로 10일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남부지검이 김 의원의 계좌 추적 영장을 청구한 시점은 작년 하반기 무렵이다. 그러나 당시 서울남부지법 영장 전담 판사였던 A 부장판사는 이를 기각했다고 한다.

계좌 추적 영장은 수사 기관이 범죄 혐의가 실제로 있는지 따져보기 위해 적법한 절차를 통해 금융 자료를 보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 가상 화폐 거래의 경우,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상 거래 탐지(FDS) 시스템에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나온 것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이 한창 가상 화폐를 거래할 무렵인 2021년 전후엔 거래소에 하루 수십조원 단위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이상 거래 의심 사례라고 1차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후 거래소에선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이상 거래 의심 사례들을 넘겼다. FIU도 거래소에서 넘겨 받은 이상 거래 의심 사례들을 자체 프로그램을 통해 한 번 더 검증한다. FIU는 2020~2021년에 예산을 들여 해당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 했다고 한다. 여기서도 김 의원은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나와, FIU가 수사 기관에 작년 초 자료를 넘긴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A 부장판사의 계좌 영장 기각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계좌 영장은 대상자를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는다. 실제로 죄가 있는지 따져보는 절차다.

한 법조인은 “2단계에 걸쳐 이상 거래 의심 사례로 나왔기 때문에 수사 기관 입장에선 실제 혐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하는데, 법원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막은 것”이라고 했다. 다른 법조인은 “만약 김 의원에 대한 계좌 영장이 발부되고, 검찰이 수사해본 결과 김 의원의 해명대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나왔다면 지금처럼 국민적 의혹이 더 확산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남부지법/뉴스1

A 부장판사는 작년 10월 도피·잠적을 준비하던 김봉현씨의 2차 구속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기각 사유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내용도 중하다”면서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김봉현씨는 결국 작년 11월 11일 경기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48일 뒤에 검거됐지만, 김씨를 검거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 관세청 직원 등이 동원되는 등 공무 인력이 낭비됐다. 작년에 A 부장판사와 함께 남부지법 영장 전담이었던 B 부장판사도 김봉현씨의 대포폰 추적 통신 영장을 기각하고, 김씨의 1차 구속 영장을 기각해 김씨 도피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있다.

A 부장판사는 이외에 김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았던 여성에 대한 구속 영장, 가상 화폐 테라 코인을 간편 결제 서비스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청탁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 티몬의 전직 대표의 구속 영장을 기각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김 의원의 위믹스 등 가상 화폐 이상 거래 의심 사례 관련 그에 대한 계좌 영장을 재청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국민적 의혹이 크고, 김 의원의 해명에도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아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