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처님오신날인 5월 27일(음력 4월 8일)은 토요일이다. 예년이라면 쉬는 날이 하루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이틀 뒤 월요일(5월 29일)을 쉴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올해부터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크리스마스) 두 공휴일을 ‘대체공휴일’로 추가 지정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체공휴일은 토요일·일요일과 명절, 국경일이 겹칠 경우 법으로 정한 비(非)공휴일에 쉬도록 하는 제도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이 ./인사혁신처

인사혁신처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개정안(대통령령)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입법예고 기간은 이달 1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다. 이후 법제처 심사와 차관·국무회의,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관보에 공포할 예정이다.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올해 부처님오신날 전에 절차가 마무리된다.

개정안이 공포되면 법정 공휴일과 주말 등을 포함해 올해 쉴 수 있는 날이 하루 늘어 117일이 된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평일인 월요일이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이번 개정안이 국민에게 적정한 휴식권을 보장하고 소비 진작, 지역 경제 등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의 1년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38개 회원국 평균(1716시간)보다 많다.

인사처는 지난해 12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에도 대체공휴일을 확대 적용할 것을 제안하자 검토에 착수했다. 당시 주 원내대표는 “유통·여행·외식업계 등 내수 진작 효과가 뛰어나고 국민들이 즐기는 휴식도 훨씬 효과가 있다”고 했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2023년 경제 정책 방향’이 공개됐다. 올해 1월 27일에는 인사처가 신년 업무 보고에서 “현재 대체 휴일 지정 대상이 아닌 공휴일 중 일부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했다.

대체공휴일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설날·추석 연휴, 어린이날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됐다. 이때만 해도 공공 기관에 주로 적용됐고 민간 기업들이 따라야 할 강제성은 없었다. 하지만 2021년 7월 문재인 정부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 등 근거 법률을 제정해 5인 이상 상시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이 지켜야 하는 유급(有給) 휴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 대체공휴일 대상도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으로 확대 적용했다.

산업계에선 휴일 수당 증가에 따른 경제적 부담과 생산성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보다 여력이 덜한 중소·영세 기업의 경우 인건비 부담과 생산 차질의 우려가 생길 수 있다. 인사처는 각 부처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기업 우려를 반영해 신정(1월 1일)과 현충일(6월 6일)은 대체공휴일 확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현충일은 화요일이라 주말과 연계한 ‘징검다리 연휴’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