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회사진기자단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건설사 대주주인 배우자의 회사 주식을 백지신탁하라는 당국 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고위공직자가 주식을 보유한 경우 직무와 관련한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주식을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공직 부패 방지라는 장점이 있지만 기업인 등 인재의 공직 진출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실장은 지난해 9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102억9902만원의 주식을 신고했다. 이 중 80억원 상당이 건설사 창업주 장녀인 배우자가 보유한 상장·비상장 주식이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였던 박 실장은 차관급인 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본인의 삼성전자 주식 4억원어치와 세 딸이 증여받은 국내외 상장 주식(10억7000만원)은 모두 매각했다. 그러나 배우자에 대한 주식 처분은 부당하다며 지난달 초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박 실장은 통화에서 “백지신탁은 유용한 제도지만 총리에 대한 비서 업무를 담당하는데 ‘정책 결정 관여 가능성’이란 추상적 이유로 배우자 주식 처분까지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법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상 3000만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한 정무직 공무원 등은 임명 두 달 내에 주식을 직접 매각하거나 수탁 기관(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주식에 영향을 미쳐 재산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말이 신탁이지 사실상 ‘강제 처분’을 의무화한 부분이 있어 재산권 침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도 지난달 배우자가 보유한 바이오기업 비상장 주식 약 8억원어치를 백지신탁하라는 정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위 공직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주식까지 ‘강제 처분’할 경우 창업에 성공한 기업인 등의 공직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박근혜 정부 초대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됐던 반도체 기업 대표는 “주식을 매도하면 회사가 공중 분해될 것”이라며 공직을 사퇴했었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한국형 NASA(미 항공우주국)’를 목표로 추진 중인 우주항공청에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 의무에 예외를 두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