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정치 검찰의 영장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겠다”고 했다. 이 대표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봉암 전 진보당 당수에 빗대며 “사법 살인이 재연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비명계에서는 “‘이재명 방탄’은 여기까지”라는 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퇴 결단과 비상대책위원회 전환도 거론했다.

조정식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은 범죄 혐의 입증보다는 범죄 이미지 뒤집어씌우기에만 혈안이 돼 ‘아니면 말고’식의 터무니없는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검사 독재 정권의 야만과 사법 사냥에 단호히 맞서 검찰의 정치 영장을 압도적으로 부결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의 김대중 죽이기, 이승만이 저지른 조봉암 사법 살인이 21세기에 재연되고 있다”고도 했다. 조 사무총장은 이 대표에게 불체포특권이 보장돼야 하는 이유를 열거한 뒤 ‘기소 시 당직 정지’를 규정한 당헌 80조 역시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친명계는 그동안 당헌 80조 논란에 대해 “사무총장이 알아서 결정할 일”이라고 주장해 왔다. 조 사무총장의 이날 당헌 80조 언급은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검찰의 기소 상황까지 대비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도로 사이에 두고… 정반대 구호 - ‘촛불행동’ 주최로 25일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타도’를 주장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반면 길 건너편에서는 ‘정의로운사람들’ ‘신자유연대’ 주최 집회 참석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을 주장하고 있다. /뉴스1

이 대표에 대한 첫 번째 체포동의안은 부결로 기울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이후에는 방탄 단일대오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동안 누적된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을 짓누르고,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오는 3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에 선다. 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해 허위 사실 공표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검찰 수사뿐 아니라 재판까지 시작되는데 이 대표가 받는 수사가 워낙 많아 이대로라면 일주일에 재판정에 한 번은 참석할 수 있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며 “당 대표직을 물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 ‘결단’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 결단 이후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한 말까지 나온다”며 “당내 일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이름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르내린다”고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당론임을 재확인했다. 일부 정의당원들은 정의당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체포동의안 찬성이 곧 이재명 대표 구속 찬성이 아니다”라며 “정의당은 일관되게 주장한 방침에 따라 표결에 임할 것이며 이재명 대표도 국민에게 약속했던 ‘특권’을 내려놓고, 일반 시민들처럼 당당하게 법원에서 구속 사유를 다투는 것이 옳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비명계의 이탈표를 기대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전원 참석령을 내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본회의가 끝나고 나면 이틀 후 3·1절”이라며 “이재명 체포 동의안을 부결시키고 3·1절 태극기를 마주할 때 민주당 의원들이 고개를 들 수 있을까 궁금하다”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당론 없는 ‘자율 투표’라고 말하지만 표 단속에 급급한 모습이 구차하다”며 “부디 대한민국을 위해, 그리고 지금껏 지켜왔던 진짜 민주당을 위해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