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속출하는 ‘전세 사기’와 관련해 “서민과 청년층을 상대로 한 악덕 범죄인 만큼 제도를 보완하고, 철저하게 단속하라”고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전세 사기 단속 상황을 보고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이도운 대변인이 17일 전했다. 이날 점검 회의에서는 일명 ‘빌라왕’ A(사망)씨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임차인 80명에게 보증금 171억원을 편취하고, ‘건축왕’ B씨가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임차인 327명에게 보증금 266억원을 편취한 신종 사기 수법이 구체적으로 보고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검경과 국토부가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라”고 했고, 한 장관과 윤 청장 등은 “수사 사례나 단속 정보를 공유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국토부는 ‘전세 사기 대응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고, 검경은 전국 7대 권역에 핫라인을 구축해 신속한 수사 및 피해자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주택, 중고 자동차에 대한 미끼용 가짜 매물 광고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단속하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온라인 부동산 플랫폼 등에 올라온 허위 매물 광고가 범죄의 시발점”이라며 “그런 부분을 포함해 조직적 범죄에 조직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전세 사기에 대해 ‘악덕 범죄’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서민·청년층에 피해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작년 7월부터 6개월간 특별단속을 시행한 결과 피해자 1207명 중 20·30대가 50%(605명)였고, 3억원 이하 피해액이 92%(1115명)로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생애 첫 주택 자금이나 가족 간병비 등을 뺏기며 생계 위기에 직면한 피해자들의 내용 등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점검 회의에서 갈수록 진화하는 전세 사기의 대표적 유형들을 보고받았다.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실제 분양·매매대금보다 높은 금액으로 보증금을 받는 방식의 ‘깡통 전세’, 조직적으로 허위 임차인들을 모집 후 허위 계약서를 이용해 금융기관에서 ‘무주택 청년 전세 대출금’ 등을 편취한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또 부동산을 담보신탁으로 제공해 적법한 임대 권한이 없음에도 임대차를 계약한 ‘신탁 부동산 이용’ 사기, 대출금·건물의 전·월세 계약 현황 등을 속여 충분히 자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권리 관계 기망’ 사기 등도 포함됐다. 회의에선 미끼용 허위 매물 광고 문제도 논의됐다. 저렴한 매물을 보고 찾아가면 “그 집은 나갔으니 다른 집을 보여주겠다”거나, 다른 집들을 보여준 뒤 가장 좋은 조건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사기 매물을 마지막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경찰·국토부는 이러한 유형을 집중 단속하면서 작년 7월부터 실시한 특별단속을 오는 7월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2차 특별단속에는 검찰도 참여한다. 특히 조직적 형태의 악성 임대인과 컨설팅 업자 등 배후 세력, 전세자금대출 편취 행위와 관여한 불법 감정·중개 행위 등이 주요 단속 대상이다. 앞서 전세 사기 단속 유공자 13명에 대해선 특진을 실시했고, 올해는 특진 규모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고의적·조직적 범죄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전담수사본부와 국토부는 악성 임대인 등 정보 공유를 강화하고, 주요 시도청 및 지검 간 핫라인을 개설해 유관 기관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검·경·국토부의 ‘전세 사기 대응 협의회’에선 전세 사기 정보를 공유하고, 합동 단속을 실시하게 된다.

국토부는 정부 차원에서 조치 가능한 하위 법령 등을 조속히 개선하고, 전국의 임대인 보증금 미반환 이력을 확인하는 안심 전세 앱 버전 2.0을 오는 5월 조기 출시하기로 했다. 또 임대인 납세 증명서를 제시하고 임차권 등기를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전세 사기 방지 6대 법률’이 조속히 개정될 수 있도록 협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토부 업무보고에서도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으로 많은 취약계층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과, 피해 회복 등을 당부했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작년 말부터 약탈적 불법 사금융과 마약 등에 대한 강력 대응을 밝힌 것처럼 국민에게 고통을 안기는 문제에 대해 엄단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