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4일 더 탐사가 유튜브로 방송한 청담동 술자리 보도. 가짜뉴스로 밝혀진 지금까지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더탐사 유튜브

민주주의는 타협과 공존의 산물이다. 이념이 다른 정당이더라도 사실(fact)에 대해선 서로 존중한다는 기반 위에 정책과 노선을 경쟁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나 극단 세력이 만들고 정치권이 편승하고 지지층이 맞장구치는 ‘가짜 뉴스’의 악순환이 확산하면서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

가짜 뉴스의 피해가 특정 개인과 집단을 넘어 국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고 있지만 가짜 뉴스 생산과 유통업자들은 오히려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통망을 제공하는 구글의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들은 가짜 뉴스를 걸러내지 않는다. 가짜 뉴스와 플랫폼 사업자들은 경제적 공생 관계에 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은 거짓으로 판명 나고 있다. 그러나 ‘더탐사’는 지난달에만 억대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민주당 김의겸 의원도 후원금 한도인 1억5000만원을 채웠다. 가짜 뉴스는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일부 우파 유튜버도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소년원 입소 등 가짜 뉴스를 유포했다. 선거 때 반짝 기승을 부리던 가짜 뉴스가 일상 정치에 영향을 미치며 여야의 타협 정치도 실종됐다. 예산도 입법도 가짜 뉴스의 덫에 허우적대고 있다.

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가짜 뉴스 생태계를 ‘사회적 폭포 효과’와 ‘집단 극단화’로 설명했다. 한번 퍼지면 걷잡을 수 없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에서 굳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말의 거리뿐 아니라 일상의 포털과 SNS에서 극단화된 진영 충돌을 매일 목격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2018년 ‘사이언스’에 “가짜 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더 빨리 더 깊이 더 멀리 퍼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주의가 어둠 속에서 죽고 있다’는 미국 워싱턴포스트(WP)의 슬로건이다.

서울대 강원택 교수는 “공존보다 상대 진영을 절멸시켜야 한다는 정치가 가짜 뉴스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말했다. 가짜 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나 처벌만으로는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가짜 뉴스를 부추기는 정치권에 유권자들이 확실한 레드카드를 꺼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