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를 만나 최근 여권에서 미국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무책임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 미사일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국내 정치권·학계 등에서는 ‘기존 미국의 핵우산 약속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술핵 재배치나 실질적 핵 공유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에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 대표가 전술핵 재배치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이 “극단적 친일”이라고 비판한 한·미·일 연합 훈련에 대해서는 골드버그 대사에게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골드버그 대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 동맹의 강력한 확장 억제력이 지속되는 한 한반도에는 어떠한 형태의 핵무기도 필요하지 않다고 확신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의 잇따른 무력 도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고 있다”며 “이런 때일수록 굳건한 한미 동맹과 강력한 한미 연합 전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한반도 평화를 지켜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북한 핵 위협에 맞설 실질적인 대응 수단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어진 비공개 면담에서도 이 대표는 국내에서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 핵 개발 등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와 미국 둘 다 논쟁의 가치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이 전했다. 또 북한 7차 핵실험과 관련해 “중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핵실험을 막기 위해 중국의 협조 요청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골드버그 대사의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해 대선 때부터 핵 무장론에 반대해왔다. 최근 여권에서 나온 전술핵 재배치 등의 주장에 대해서도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동해 공해상에서 진행된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에 대해서는 “극단적 친일”이라고 비판했었다. 북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비해 잠수함 탐색·추적 능력을 강화하는 목적에서 5년여 만에 실시된 연합 해상 훈련을 “국방 참사”라며 폄하했는데, 이날 두 사람의 회동에서는 이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해서는 “양국이 미래 첨단 산업 분야에 호혜적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IRA에 대해 우리 기업과 산업계가 갖는 우려를 해소하는 데 양국이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역시 골드버그 대사를 만난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북한이 전술핵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고, 언제든 미국 영토와 한국 공항·항구를 타격할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할 준비 태세를 갖춰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이 한미 군사동맹으로 북한 핵 위협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양국 동맹은 다양한 차원의 협력에 바탕을 두고 있고, 한국과 한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확장억제가 포함된다”며 “정 위원장이 ‘파이트 투나잇’을 얘기했는데, 저희는 ‘같이 갑시다’를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같이 갑시다’는 한국어로 말했다. ‘파이트 투나잇’은 언제든 싸울 수 있는 상시 전투 준비 태세를 강조하는 용어이고, ‘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는 한미 동맹의 구호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