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9일 동원령을 피해 걸어서 조지아로 탈출하는 러시아 사람들. photo AP·뉴시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달 21일 ‘예비군 동원령’을 선포한 이후인 이달 초 러시아 요트 4대가 각각 동해를 거쳐 국내 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러시아 출발 요트가 동해로 잇달아 들어온 것은 이례적이다. 요트 4대에는 모두 23명이 타고 있었는데 우리 출입국 당국은 입국 목적이 분명한 2명을 제외한 21명의 입국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해경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일 요트 3대(각각 10명, 5명, 4명 탑승), 2일 1대(4명), 5일 1대(3명) 등 러시아 요트 5대가 동해상에서 발견됐다. 5대 중 1대(5일 발견)를 제외한 4대가 포항신항 등에 입항했다.

안 의원에 따르면, 4대에 탄 23명 모두 한국 여행과 관광 등을 하겠다며 국내 입국 허가 신청을 했다. 하지만 과거 입국 기록이 있는 2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고 관련 서류가 미비해 입국이 거부됐다고 한다. 23명 중 22명이 남성으로 대부분 입대 연령인 20~30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동원령을 피해 러시아를 탈출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출입국 당국은 전했다.

앞서 영국 가디언은 지난 10일 BBC 러시아어 방송을 인용해, 예비군 동원령이 선포된 뒤 러시아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고 있고 이들 중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요트를 타고 한국으로 향한 8명도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이 보도한 러시아 요트가 이번에 동해에서 우리 해경에 발견된 요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번 사례를 보면 동원령 이후 러시아 탈출이 급증할 경우 한국이 사실상 ‘중간 기착지’가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