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평화적 원자력 발전에 있어 20% 저농축(우라늄)은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인정한 고유의 권리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30여 년간 남북 핵문제를 연구해온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전 한국핵정책학회 회장)은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저농축 우라늄 기술 확보 문제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한·미 원자력협정상으로는 20% 저농축 우라늄도 한·미 고위급위원회에서 논의돼야 확보가 가능한 것이지만, IAEA에서 인정한 권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국산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핵연료로 20% 저농축 우라늄을 미국과 협의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한국 핵정책을 집대성한 ‘핵비확산의 국제정치와 한국의 핵정책’을 펴낸 한 전 부총장은 1976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핵개발을 포기하면서 미국이 평화적 원자력 협력을 이전보다 강화하기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미국의 약속 중에는 재처리에 관해 국제원자력기구와 협력해 지역적이고 다자적인 재처리 협력을 주선하겠다는 것이 들어 있었다”며 “그 뒤 카터 행정부의 미국 내 상용 재처리 및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을 금지한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한국의 어느 누구도 미국의 지역적 다자적인 재처리 협력 약속을 따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방과 원자력 과학 기술 분야에서 분야별로만 한·미 간에 협상했지 대통령 수준에서 통 큰 주고받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며 “국가 전체적 입장에서 군사 안보와 과학 기술 분야를 융합적·통합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 부총장은 원자력발전과 관련해선 “한국이 NPT(핵확산금지조약) 규범을 지키면서 원자력발전 규모 세계 5위가 된 것은 우리 과학 기술 인력의 피땀 어린 노력과 역대 정치 지도자들의 확고한 원자력 지원 의지 때문”이라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한 탈핵 선동,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무조건 대체하자는 운동 논리는 국력의 쇠퇴와 핵 과학 기술 연구 생태계의 소멸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제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아 이것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범정부적·범국민적인 컨센서스의 형성과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융합학문적 접근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핵무력 정책법을 공개하면서 선제 핵타격을 위협한 데 대해선 “비핵화 외교를 전개하면서 북한에 미·북 회담을 제공할 것이 아니라, 5대 핵 보유국(미·러·영·프·중)이 공동으로 북한에 제재를 가하면서, 5대 핵국이 공동으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책임을 지는 구도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