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17일 정기 당대회를 열고 당명(黨名)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을 선언했다. 정의당은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비례 국회의원 5명 전원에 대한 총사퇴 요구가 나오는 등 당 존립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상황이었다.

당헌 개정 및 재창당 결의안 채택 등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당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당

정의당은 이날 대의원 만장일치로 승인한 ‘재창당 결의안’에서 “새로운 진보 정당을 만들기 위한 정의당의 지난 10년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거대 양당을 공격하면서 대안의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왜 정의당이 대안이어야 하는지를 입증하지 못했다”며 “정의당만의 의제를 보여주지 못한 채 거대 정당이 설정해 놓은 정치 이슈를 중심에 놓고 행보하는 데 급급했다”고 했다.

정의당은 당명과 강령·당헌·당규 개정을 포함한 재창당 작업을 내년 안에 완료하기로 했다. 다음 달 새 당대표를 선출하는데, 차기 당대표의 최우선 과제를 재창당 작업으로 했다.

정의당은 지난 3월 대선 때 후보였던 심상정 의원이 2.37%로 5년 전 자신이 받았던 득표율(6.17%)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지방선거에서도 광역 의원 비례대표 득표율(4.14%)이 4년 전(8.9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조국 사태’ 때 침묵하고, ‘검수완박’ 등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동조하며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달 초 진행된 ‘비례 국회의원 총사퇴 권고’ 여부를 묻는 총투표에서는 59%가 반대했지만 찬성도 40%를 넘었다. 한때 당비를 내는 당원이 5만명을 넘었지만 현재는 1만8000명 정도다. 정의당 관계자는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정의당이 사라질 거란 위기감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이 당명을 바꾸기로 하면서 “한국 정당은 같은 간판으로 채 10년을 못 간다”는 말이 또 한 번 입증됐다. 정의당은 2012년 옛 통합진보당의 이른바 ‘탈당파’였던 노회찬·심상정 등이 주도해 ‘진보정의당’이란 이름으로 창당했다. 2013년 정의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국민의힘은 2020년 기존 ‘미래통합당’에서 당명을 바꿨고,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당명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