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북한 어민 2명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되는 모습. /뉴스1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귀순 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당시 현장에 파견됐던 정부 검역관들이 추가 증언을 내놨다. 당시 정부는 해당 어민들이 동료 선원들을 살해했고, 타고 온 배에 혈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이들이 증거인멸을 위해 선박에 페인트칠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 파견됐던 검역관들은 2시간 넘게 진행된 선박 소독 과정에서 그와 같은 흔적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13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부산 서구·동구)이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귀순 어선이 동해에서 나포·압송된 당일인 2019년 11월 2일, 농림축산검역본부는 국정원 요청에 따라 당일 오후 1시 45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45분간 탈북 어민 2인을 소독했다. 이후 오후 7시 15분부터 오후 10시까지 165분간 이들이 타고 온 어선을 검역 및 소독했다. 장소는 강원도 동해시 해군 제1함대에 정박된 귀순 어선이었다.

2019년 11월 8일 오후 해군이 동해상에서 북한 목선을 북측에 인계하기 위해 예인한뒤 기다리고 있다. 해당 목선은 16명의 동료 승선원을 살해하고 도피 중 군 당국에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이 승선했던 목선으로, 탈북 주민 2명은 전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됐다. 2019.11.8./통일부 제공

정부 주장에 따르면 어선 자체가 16명 집단 학살이 벌어진 ‘범행 현장’이었는데, 그 어선에 대한 소독을 요청했다는 것이었다.

당시 파견됐던 검역관은 총 5명(동물 검역관 3명‧식물 검역관 2명)이었다. 이중 동물 검역관 1명은 지난 7월 혈흔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 “북송 어민 선박에 혈흔 없었다”... 김연철 발언과 정면 배치’)

안병길 의원실이 5명의 검역관 중 현재 재직하고 있는 3명(동물 검역관 1명‧식물 검역관 2명)의 검역관들과 진행한 대면 및 서면 질의에 따르면 검역관들은 기존에 공개되었던 것처럼 어선에서 혈흔을 목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페인트 덧칠 흔적도 보지 못했다.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노트북도 현장검역 당시 보지 못했으며, 검역관들은 해당 어선이 살해 현장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사전에 공유 받지 못한 채 어선에 소독 약품을 뿌렸다.

문재인 정부는 귀순 어민 강제북송 이후 해당 어선 내에서 중국산 ‘레노보(Lenovo)’ 노트북, 북한산 스마트폰(모델명 평양 2418), 미국산 ‘가민(Garmin)’ GPS 장치, 8기가 용량의 SD 카드 등을 발견했다고 발표했었다.

이는 검역관들이 어선 나포 당일 북한어선에 도착하기 이전에 누군가에 의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먼저 반출되었거나 혹은 처음부터 없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만약 검역·소독 조치 이전에 전자기기들이 먼저 반출되었다면 당시 문재인 정부가 철저한 방역을 위해 신속하게 어선을 소독했다는 주장과는 상반된 대응이다.

한 검역관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외부 유입 물품들을 모두 소독한 이후 반출하는 것이 통상적인데, 다른 물품들은 모두 어선 안에 둔 채로 전자기기들만 먼저 소독하지 않고 반출시키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증언했다.

검역관들은 당시 나포된 북한 어민 상태와 관련해서는 어민 2명은 현장에서 안대가 씌워져 있었으며, 포박이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안병길 의원은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사실들은 당시 문재인 정부가 탈북어민들을 얼마나 무리하게 북송을 강행하려 했는지 명확하게 확인시켜 주고 있다”며 “이번에 확보된 검역관들의 증언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서도 반영되어 신속하게 진상이 규명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