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가가 운용하는 67개 기금 중 26개(38.8%) 기금의 순자산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금이 고갈되거나, 자산보다 부채가 빠르게 증가한 탓이다. 국민의힘은 23일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탕진해 각종 기금을 ‘깡통’으로 만들었다”며 “(정부에 대한 결산 심사에서) 국민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 점을 조목조목 지적할 것”이라고 했다.

文정부 5년간 순자산이 감소한 주요 기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5년 치 결산 보고서를 본지가 분석한 결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각종 연금기금을 제외하고 순자산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금은 고용보험기금이었다. 5년간 자산은 3조3600억원 감소한 반면 부채는 25조5000억원 늘었다. 현재는 자산보다 부채가 28조원 이상 많아 사실상 기금 고갈 상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초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펴면서 최저임금을 급등시키자 그 부작용으로 실업이 발생했는데, 여기에 코로나 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가는 실업급여액이 급증한 것이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을 채용하면 지원금을 주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사업 등 고용보험기금의 원래 용처가 아닌 곳에도 기금을 갖다 썼다. 문재인 정부는 기금 고갈을 막기 위해 근로자 월급에서 떼어가는 고용보험료율을 두 차례 올려, 5년 전에 1.3%였던 요율이 올해 7월부터 1.8%가 됐다.

공공자금관리기금도 문재인 정부 5년간 순자산이 8조6000억원 감소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은 국채 발행과 관리, 원리금 상환에 사용되는 기금으로, 문재인 정부가 5년간 적자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한 여파가 이 기금의 악화로 이어졌다. 고용보험기금의 고갈을 막는 데에도 공공자금관리기금이 동원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국민건강증진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도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67개 기금의 총자산은 2562조원, 총부채는 2685조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123조원 더 많았다. 순자산은 표면상으로는 5년 전에 비해 78조원 늘었다. 그런데 이는 국민연금기금의 순자산이 390조원 늘었기 때문으로, 당장은 보험료를 납입하고 있는 사람이 많아 늘었지만 앞으로는 은퇴 후 연금을 받아가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국민연금기금도 감소하기 시작해 2057년 이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5년 동안 나머지 기금의 순자산은 312조원 감소했다.

기금의 순자산은 늘어났으나 내용이 문제인 기금도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은 5년간 1조7700억원 이상 늘어났으나, 이는 전기 요금의 3.7%를 떼어 조성하는 것으로서 그만큼 국민들이 전기 요금을 많이 부담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는 전력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탈원전 정책으로 발생한 손실을 전력기금으로 메울 수 있게 했다. 한전공대 설립·운영 비용도 전력기금에서 쓸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