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최근 일부 비서관과 행정관급 직원에 대한 고강도 감찰을 벌이고 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이미 사직한 직원이 10명 안팎으로 23일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직원들은 잔뜩 긴장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여권 핵심 인사 라인으로 분류된 일부 행정관이 최근 잇달아 사직한 것으로 나타나 여권 내 역학 구도 변화의 조짐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업무공간을 둘러보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2022.5.11/뉴스1

최근 공직기강비서관실 감찰반원들은 모 수석비서관실 소속 A 비서관을 보안 유출 혐의로 조사했다. 대통령실 내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다는 혐의와 관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A 비서관 밑의 행정 요원 B씨는 문건 관리 부주의 책임을 지고 이미 사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A 비서관에 대해서도 다음 주 초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여부를 심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모 수석실 C 비서관은 외부 인사와 부적절한 접촉 등을 한 의혹이 제기돼 최근 공직기강비서관실 조사를 받았다. C 비서관은 “정상적 민원 수렴 차원이고 부적절한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선 사직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그 밖에도 일부 행정관, 행정 요원급 인사들이 내사나 감찰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여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일부 대통령실 인적 개편에 들어간 것과 맞물려 고강도 감찰이 진행되는 것을 주목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분위기 쇄신과 기강 다잡기 차원에서 일부 문제 직원 감찰을 지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감찰 결과 문제가 있으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에서 정치권 출신 행정관급 두 명이 최근 잇달아 사직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실세 의원실에서 근무했거나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캠프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감찰을 받고 사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여권 관계자는 “이들이 새 정부 출범 석 달 만에 사직한 터라 대통령실에서 ‘윤핵관’ 라인의 퇴조 징후일 수 있다”고 했다. 여당 실력자 그룹에 대한 대통령실 주류 그룹의 견제가 시작된 것 같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