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 “우리 외교의 원칙과 기준은 철저하게 대한민국의 국익”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사드 운용 제한까지 포함한 ‘3불(不) 1한(限)’을 요구하는 가운데 사드 배치는 우리 안보 주권 사안임을 확인한 것이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의 사드 기지 정상화 계획에 대해 “왜 또 벌집을 들쑤시느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사드 논란 관련 ‘미·중을 대하는 외교 원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민국 국익”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안보 목적으로 사드를 도입한 만큼 외국 정부가 가타부타 할 수 없는 것이고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사드 기지를 정상화할 것이란 의미”라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전날 “사드는 국민 안전·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으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한미 간 안보 동맹을 넘어서 경제 안보까지 아우르는 동맹은 우리가 추구하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글로벌 외교의 기초가 된다”고도 했다.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선언한 한미 간 ‘글로벌·포괄적 전략 동맹’이 윤석열 정부 외교의 근간(根幹)이라고 재확인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중 외교장관이 사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던 9일에도 폴 러캐머라 한미 연합사령관 등과 ‘비공개 안보 대화’를 갖고 연합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12일 오후에는 미 의회 내 친한파(親韓派) 인사인 에드 마키 연방 상원의원을 접견하고 “한미 동맹과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한 의회 차원의 각별한 지원을 당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다만 “불필요하게 어떤 나라와 마찰을 빚거나 오해를 가질 일이 없도록 늘 상호 존중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어떤 나라’는 사드 배치에 반발하는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교 경로를 통해 사드는 중국 견제가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자위적 수단’이라는 점을 꾸준히 설명하고 설득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연이틀 “중국이 사드를 비난하거나 한국을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정부는 이달 말 미군 측에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끝내고 1년 365일 지상 접근이 가능하도록 기지 정상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회의에서 “’3불 1한’ 정책을 대한민국이 선서했다고 말한 중국 외교부 발표도 적절하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접근법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라며 “왜 또 벌집을 들쑤시느냐”고 했다. 사드를 둘러싼 한중 관계 악화와 한국 내 갈등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며 “더 ‘로키(low key·낮은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사드 3불’로 중국에 안보 주권을 내줬다는 비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강경화 전 외교장관 등 당시 안보 라인을 향해 “사드 관련 군사 주권 포기가 정말 있었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만에 하나 중국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가 ‘3불 1한’ 약속을 했다면 명백한 군사 주권 포기”라며 “중국에 굴종적 태도를 보인 문 전 대통령은 중국의 사대주의자였나”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3불 1한’ 정책 선서가 사실이면 매국(賣國)을 한 것에 다름없다”며 “문 정권의 비상식적 행태를 철저히 진상 조사해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외교통일위원들도 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권은 중국과의 이면 합의나 약속이 있었는지 국민께 제대로 밝히고 은폐한 사실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