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진수된 정조대왕함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구축함)을 개량한 ‘광개토-Ⅲ 배치(Batch)-Ⅱ' 1번함이자 해군의 4번째 이지스함이다. 앞으로 2척이 추가 건조된다. 지난 4월 함명제정위원회에서 선정된 정조대왕함 명칭이 이날 진수식을 통해 공식 부여됐다. 함정 명칭은 잠수함·구축함·상륙함 등 함정 종류에 따라 13개 기준으로 나눠 명명하고 있는데, 구축함의 경우 국민이 영웅으로 추앙하는 왕이나 장수 등 역사적 인물과 호국 인물의 이름을 붙여왔다. 이지스함 1번함의 이름이 세종대왕함이다. 이번에 정조대왕함 이름을 붙인 것은 정조가 군사 혁신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건희 여사, 금색 도끼로 진수선 잘라 - 윤석열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인 김건희 여사가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금색 도끼로 진수선을 자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해군의 전통인 진수선 절단은 아기의 탯줄을 끊는 것과 같이 새로운 배의 탄생을 의미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진수식에서 “정조대왕함은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추적, 요격 능력을 갖추고 있는 국가 전략 자산”이라고 했다. 정조대왕함은 이처럼 세종대왕급(7600t급) 이지스함보다 600t가량 커졌을 뿐 아니라 해군 이지스함 중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처음으로 갖췄다. 기존 스텔스 성능에 타격·방어 능력을 모두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정조대왕함이 장착한 SM-6 미사일은 항공기와 함정 등의 경우 최대 40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할 수 있고, 탄도미사일에 대한 최대 요격 고도는 35㎞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SM-6 미사일보다 요격 능력이 뛰어난 SM-3 미사일 도입이 미뤄지고 있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SM-3 최저 요격 고도가 80~90㎞에 달해 비행 고도가 35~60㎞ 정도인 북한 신형미사일은 사실상 요격할 수 없다는 점, 가격이 1발당 250억원으로 매우 비싸다는 단점 등이 있다. SM-6는 1발당 가격이 50여억원으로 SM-3의 5분의 1 수준이다.

종전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능력은 있었지만 정작 요격 미사일은 장착하지 못했다. 정조대왕함 이지스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1800㎞, 최대 표적 탐지 숫자는 1800여 개로 세종대왕급에 비해 2배 가까이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대왕급의 최대 탐지거리와 탐지 표적 숫자는 각각 1000㎞, 1000개였다. 강동길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에 비해 향상된 성능을 가진 정조대왕함은 해상 기반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조대왕함에는 SM-6 미사일 외에도 사거리 500~1000㎞에 달하는 국산 함대지(艦對地) 미사일과 국산 단거리 대공(요격)미사일 ‘해궁’, 장거리 대잠수함 미사일 ‘홍상어’ 등도 장착된다. 국산 함대지 미사일은 북한 핵·미사일 기지와 지휘 시설 등 북 전략 목표물은 물론 유사시 중국·러시아 등 주변 강국의 위협에 대한 ‘독침무기’ 역할을 할 수 있다.

대잠수함 탐지 능력도 국산 첨단 통합소나(음파탐지) 체계와 신형 미국제 MH-60R 헬기 등을 통해 3배가량 강화됐다. 추진 체계(엔진)는 기존 가스 터빈 엔진 4대에 전기추진체계(HED) 2대를 추가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채택해 일반 항해 때는 연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정조대왕함은 시험 평가 기간을 거쳐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되고, 그 뒤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과학기술 강군으로 도약하고 우리의 해양 안보가 더 굳건해지는 뜻깊은 순간”이라며 “험난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조대왕함처럼 신해양 강국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도 흐트러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조선업과 방위산업 관계자들을 향해 “K방산의 주역”이라며 “정부는 방위 산업을 경제 성장을 선도하는 첨단 전략 산업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군은 제2의 창군 수준의 국방 혁신을 통해 과학기술 강군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신해양강국을 향한 우리의 꿈과 도전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차세대 이지스함 정조대왕함 진수식이 열렸다. 한 달 만에 공식행사에 나온 김건희여사는 금도끼로 진수선을 절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