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더 존경할 거고, 전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야당과 전 위원장은 법률상 임기는 지켜야 한다고 받아쳤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왼쪽),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KBS 유튜브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전 위원장에게 “윤석열 대통령 존경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전 위원장은 웃으며 “(윤 대통령이) 국민들을 위해서, 최고 국가 책임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실 것으로 믿고 그렇게 응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송 의원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존경하냐고요. 그분의 국정 철학, 그분과 전 대통령과 차이 잘 알고 계세요?” “문재인 대통령께서 추구해오신 국정철학과 국정과제,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께서 추구하시는 국정철학과 국정과제 그 명백한 차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가요?”

전 위원장은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송 의원은 “그 차이를 성실히 반영해서 제대로 윤석열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민들 기대에 벗어나지 않도록 직무를 수행할 자세와 각오가 돼 있으세요?”라고 질문했다.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부패방지총괄 기관이자 국민들의 권익을 위한 권익구제 기관으로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보좌하고 국민들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라 생각합니다”고 했다.

그러자 송 의원은 전 위원장의 후임이 대기하고 있다며 “전 위원장님이 안 계셔도 새 위원장님과 함께 더 훌륭하게 국민권익을 지키고 대통령 국정수행을 보좌할 수가 있어요. 새롭게 임명될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또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보다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은 분이 지금 대기하고 있는데, 자 본인이 그분보다도 더 윤 대통령을 더 존경하고 더 이 철학을 같이하면서 과제를 성실히 이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했다.

전 위원장은 “국정 과제나 국정 철학을 공유하고 성실히 수행하는 문제와 정권에 편향적이거나 거기에 무조건 따른다 이런 것과는 차이가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고 받아쳤다.

이어 송 의원은 “권익위는 국민 제안도 받고 대통령께 오는 사진도 관리하고 대통령의 여러 가지 철학을 공유하고 그거에 맞게끔 제안을 선택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과정에 있는 업무를 하는 자리입니다.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 보다 문 대통령을 더 존경하는 사람 아니냐 틀렸습니까?”며 더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냐고 또 물었다.

전 위원장은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특정 정파나 입장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임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문제이고 법령과 법에 정해진 업무와 임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걸 보장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런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말입니다”라고 했다. 송 의원은 “그 자리를 지키고자 하는 이유가 뭡니까”라고 하자, 전 위원장은 “법치주의 문제입니다”라고 했다.

송 의원은 지난 대선 직후 사의를 표명했던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에겐 “훌륭합니다”고 했다. 먼저 ‘사의 표명’ 이유를 물었다. 조 위원장은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고 답했다. 이어“문재인 대통령 존경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조 위원장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두 번째 질문은 “윤석열 대통령 존경하십니까”였다. 조 위원장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이시니까. 네”라고 했다. 송 의원은 “소신 있는 행동, 소신 있는 결단, 새 정부의 철학에 공감해 주시면서 스스로 사의를 표명해주신 부분에 존경을 표합니다”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적극적으로 전 위원장을 방어했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정권을 잡은 분들이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추하게 보인다”며 “(임기 보장은 윤석열 정권이) 그렇게 좋아하는 법치 아닌가”라고 했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권익위원장이 언제부터 고액 알바 자리였나”라며 “위원장 사퇴를 종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 위원장을 향해 ‘고액 알바’라고 비난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