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했다가 여론의 반대로 거둬들인 ‘민주 유공자 예우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신 반대 운동, 6월 항쟁 등에 참가했던 이른바 ‘운동권’ 인사들을 유공자로 지정하고 그 배우자와 자녀에게 교육·취업·의료 지원 등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주류인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주도하는 이 법안은 과거 ‘셀프 특혜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도 당내 일각에선 “이런 특혜가 공정한가”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회 다수석을 갖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건 해야 한다”며 다시 꺼내든 것이다. 민주당이 169석 다수석을 가지고 밀어붙인다면 통과가 가능하다.

6월 14일 오전 31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선포 및 민주유공자법 제정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19일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서 선진국에 진입했는데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거나, 사망, 부상한 사람들에 대해선 그들의 명예를 인정해주는 정도의 보상은 해야 한다”며 민주화 유공자법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586 운동권 출신인 김 의장은 “민주당이 (유족들과 한) 약속, 신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역시 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달 초 광주를 찾아 “국회가 정상화되고 있으니 민주 유공자 법 통과를 위해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18일 당 회의에서도 재차 법안 추진을 약속하며 “지금 국회 앞에는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 (법안 통과를 주장하며) 농성 중인 열사 유가족들이 있다”고 했다.

이 법은 민주화 유공자 자녀에게 중·고교와 대학 등의 수업료를 지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 입학, 편입학 때에도 국가유공자 전형을 만들어 뽑으라는 내용도 담겼다. 문재인 정부 때 연세대가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18명을 합격시킨 것과 같은 절차를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부·공공 기관·기업에 취직할 땐 최대 10%의 가산점을 주자고 한다. 이 법은 2020년, 2021년 각각 우원식, 설훈 의원이 주도했다가 사실상 없던 일이 됐었다. ‘공정’에 특히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운동권 자녀를 위한 음서 제도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설 의원은 70명 넘는 의원들과 공동 발의한 자신의 법안을 철회하기도 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새로 법안을 만들지 않고 국회 계류돼 있는 우원식 의원 법안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법이 ‘운동권 셀프 보상법’ ‘셀프 특혜법’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 법의 대상은 대략 800명 정도”라며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 갔다 왔다고 예우해주는 게 아니라 그 피해나 상처가 평생 남게 된 사람들에게 한정적으로 하는 건데 또 논란이 벌어지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이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은 데 이어 2020년 총선 때 대승을 한 뒤, 진보 진영에서는 “도대체 왜 이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느냐”며 압박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권 관계자는 “다음 총선 결과를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 국회 다수 의석을 갖고 있을 때 밀어붙여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의 채용 문제를 가지고 2030세대 반발이 엄청난데, 이 시기에 왜 우리 당이 이런 법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화는 운동권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 전체가 참여해서 이뤄낸 것인데 일정 세력이 특혜를 누리려고 하는 것은 불공정”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