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5일 “난립하고 있는 대통령, 국무총리, 정부 부처 위원회 629개 중 30% 이상 정비하는 것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고 있는 ‘고비용 저효율’ 위원회들을 과감하게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제 상황과 관련해 “70년대 오일 쇼크 이후 가장 큰 물가 충격”이라며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부위원회 정비 추진계획’을 보고 받고 이같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558개였던 정부 위원회가 문재인 정부 때 73개나 늘었다”며 “4가지 기준을 세워 대통령 직속 위원회부터 일단 정리하겠다”고 했다. 20개에 이르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들이 연평균 33억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는 가운데, “60~70% 가까이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5일 현재 위원회 숫자는 총 629개(대통령 직속 20개, 국무총리 직속 60개, 정부부처 549개)인데 200개 가까운 위원회가 통폐합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이 밝힌 재정비 기준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며 운영되는 위원회’ ‘사실상 부처 업무를 수행하는 위원회’ ‘목표가 유사하거나 기능이 중복되는 위원회’ 등이다. 상당수 국무위원들이 토론에서 “비효율을 정비하고 비용 절감이 가능한 정책협의체나 자문단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나머지는 총리 소속으로 이관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위원회 구조조정 방침을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돼 사퇴하지 않고 있는 이른바 ‘알박기’ 인사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명단은 정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며 “평가 과정도 거쳐야 돼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감축 방향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그렇게 잘 진행될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600여개에 이르는 위원회들 중 대통령령을 고쳐 폐지가 가능한 것은 10% 정도인 60여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위원회들의 경우 국회를 거쳐야 폐지가 가능한데,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큰 위원회의 경우 1년에 30~40억원의 예산이 들고 그런 비효율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법 통과가 안 돼 폐지가 어려우면 파견 인력 복귀, 예산 삭감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기능에 제약을 두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