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미국·일본의 정보기관 수장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 취임 후 처음으로 성사된 3국 정보기관장 만남에선 7차 핵실험 동향 등 북핵 대응에 관한 3국 정보 협력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용산 청사 접견실에서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5.27 /뉴스1

23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원장은 지난 10~12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간 싱가포르를 방문해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일본의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내각정보관을 만나고 돌아왔다.

샹그릴라 대화는 2002년부터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안보 회의다. 한·미·일을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아세안과 유럽 주요국 국방 장관과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대외적 관심이 집중되는 샹그릴라 대화 기간 3국 정보기관장 협의가 이뤄진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지고 중국·러시아 견제를 위한 3국 간 정보 협력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직 고위 외교안보 관료는 “정보기관장끼리 만나면 표가 나니 국방 장관들이 주인공인 ‘샹그릴라 대화’를 활용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김규현, 헤인스, 다키자와

한·미·일 정보기관장들은 그간 세 나라를 오가며 비공개 회동을 해왔다. 언론에 공개된 마지막 회동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렸다. 당시 회동은 북한이 발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위협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동에서도 북핵 등 북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3국 정보기관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 동향과 이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미칠 영향에 대한 평가도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를 막고 있는 중·러를 압박하기 위한 대책들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통상 샹그릴라 대화 기간 정보기관 협의도 함께 이뤄지는데 차장급이 모이던 과거와 달리 정보기관 수장들이 직접 움직인 건 이례적이다. 그만큼 한·미·일 3국이 북핵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문재인 정부 시절 삐걱댔던 3각 안보 공조가 외교·국방·정보 등 모든 영역에서 빠르게 복원되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번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동은 이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졌다. 이 때문에 나토 정상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3자 정상회의 개최를 염두에 둔 사전 준비 성격의 논의도 일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가 심도 깊게 이뤄졌다고 한다”며 “이 문제는 나토 회의에서 논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보기관 수장들이 사전에 논의한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