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6일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정부와 기업은 하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민간 주도’ ‘기업 주도’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부와 기업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 발표’ 비공개 토론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미국 항공모함을 예로 들며 “항공모함은 기업의 실력 하나하나가 다 담겨 있는 상징적인 것”이라며 “결국 국가도 기업 하나하나의 노력이 다 담겨 있는 결과물”이라고 했다. 또 “미국 항공모함이 태평양을 간다고 할 때 (그 항공모함이) 미 국방부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이 같이 바다 위를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업과 정부는 거의 한 몸이라고 할 정도로 같이 일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에게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받은 뒤 민간·정부·당 관계자들과 난상 토론을 벌였다.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관계 부처 장차관, 경제수석 등 22명, 국민의힘에선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민간에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 등 경제단체장과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 정현식 한국서비스산업 총연합회장 등 전문가 21명이 참석했다. 토론은 90분간 진행됐다고 한다.

최태원 회장은 “바이오든 반도체든 배터리든 데이터가 없으면 안 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이 미래 사업의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공유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고,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요즘 데이터는 금값보다 비싸다. 우리나라 공공기관 데이터 개방도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톱 수준인데 민간과 공공이 교류하면서 좀 더 가치 있는 데이터를 더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김성재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은 “반도체 분야는 우리가 세계 1위인데 장비 하나 사는데 2000억원이 든다”며 “관련 대학 정원이 늘어난다고 교육을 더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장비가 있어야 교육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 참석자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 개혁 등 기존 틀을 깨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있었고, 국무총리실에서도 화답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다 함께 위기를 극복한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위기가 극복된다”며 “정부가 해낼 수 있다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정책도 이제 기업과 논의해야 한다’고 했는데 백번 맞는 얘기”라며 “특별한 행사가 없으면 저녁 시간이 많이 비어 있으니 기업인들 언제든 연락 달라. 용산에서 같이 도시락 먹으며 경제 문제를 의논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당선 후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소통을 위한 핫라인을 열겠다고 했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는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국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하다”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의 공포가 엄습한 가운데 복합의 위기에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간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정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정부는 민간의 혁신과 신산업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관행적인 그림자 규제는 모조리 걷어낼 것”이라고 했다. 또 “민간 투자의 위축과 생산 하락을 우리 경제와 정치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를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서 연 것에 대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취지를 반영해 혁신과 민관 협력의 상징적 장소를 선택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