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선거 패배 후 계파 갈등 내홍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 ‘1970년대생 주역론’이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당을 이끌어온 586세대를 대신해 당 혁신에 앞장서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70년대생들이 ‘이재명 대체재’가 되기에는 대중 인지도가 떨어지고 세력도 없다는 점이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3선의 이원욱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지금 민주당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썼다.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2000년 새천년민주당 당시 정풍(整風)운동을 통해 김대중 정부 최고 실세였던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의 2선 후퇴를 이끌어냈던 것을 예로 들며 당 주류의 세대교체를 주장한 것이다. 이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역시 70년대생 의원으로 재편해야 당의 혁신과 쇄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픽=양인성

대표적 586인 이광재 전 의원도 언론 인터뷰에서 “70~80년대생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게 기회를 줘야 한다”며 당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재명·전해철·홍영표 의원의 불출마를 제안했다. 민주당을 흔들고 있는 친명, 친문 간 계파 싸움을 멈추려면 그 핵심에 있는 의원들이 2선으로 물러나고 새 얼굴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중진들이 ‘70년대생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대선·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해석된, 특히 책임론의 한가운데 서 있는 이재명 의원과 그 세력에 대한 견제용 성격도 있다. 이재명 의원은 1964년생으로 올해 58세다.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르면 이번 주 연판장을 돌려 사실상 이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반대하고 세대교체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 세대교체 후보군으로 꼽히는 70년생들은 현직 재선 국회의원인 강병원(51), 강훈식(49), 박용진(51), 박주민(49) 의원 등이다. 원외에서 활동하는 김해영(45) 전 의원도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이들 모두 8월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출마 의지가 강한 쪽도 있고, 주변에서 출마를 권유받고 있기도 하다. 강병원, 박용진 의원은 적극적으로 ‘이재명 불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강 의원은 “7080년대생 의원들이 당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했고, 박 의원도 “강한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전당대회가 되면 우리는 그냥 강한 야당, 그러나 집권을 못 하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해영 전 의원은 누구보다 먼저 이재명 의원의 인천 계양을 보선 출마를 비판하며 “여러 형사적인 의혹을 해소하는 게 먼저”라고 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이재명 의원과 맞대결해서 이길 수 있는 지지세를 갖고 있는 70년대생은 없다”며 “이 의원이 출마를 결정하면 2년 뒤 총선 공천 등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70년대생들이) 출마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다른 인사는 “지금까지 586 눈치만 봐온 70년대생 정치인들은 결속력도 낮다”며 “이 의원을 대적하기 위한 단일화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 세대교체론은 선거 패배 후 위기 때마다 제기됐다. 김종인 전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던 2020년 총선 당시 “19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게 좋다”고 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26세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586용퇴론을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그때마다 586 주류에 밀렸다. 70년생들 역시 비주류로 낙인찍힐까 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 586인 이인영 의원은 “40대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등장한다면 주저 없이 돕겠다”면서도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가치도 없이 젊은이들에게 자리 비우라는 방식은 안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