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조선일보DB

21일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문은 지난해 5월 미 백악관에서 진행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꼭 1년 만에 나온 것이다. 이날 성명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계승을 강조한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선언이 사라졌다. 반면 회담 핵심 의제인 경제 안보 관련 ‘공급망’ 언급 횟수가 2회에서 11회로 크게 늘었고, ‘가상화폐’ ‘외환시장 동향 긴밀 협의’ 같은 문구가 새로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문은 총 8705자로, 작년(7724자)보다 약간 늘어났다. 지난해 포함된 판문점·싱가포르 선언 관련 문구가 빠진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외교적 해결을 위한 문은 열려있지만, 실질적 비핵화 없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데 두 정상이 뜻을 같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김정은을 만나는 데 전제 조건이 있냐’는 질문에 “내가 북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그가 얼마나 진정성(sincere) 있고 진지(serious)한지에 달렸다”고 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문구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포함됐다. 다만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등 확장 억제를 위한 실행 계획을 구체화했고,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 언급하지 않은 한미 연합 훈련에 대해선 “연합 연습 및 훈련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북한 인권에 대한 표현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한다”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로 한층 선명해졌다.

이와 함께 이번 성명에서는 ‘공급망’ 언급이 지난해 2회에서 올해 11회로 크게 늘었고, 작년에 없던 ‘경제 안보’라는 표현도 2차례나 등장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해 ‘인도·태평양’이란 구절도 9회나 나왔다. “외환시장 동향에 관한 긴밀한 협의” “가상화폐 보호를 위한 역량 강화” 같은 문구도 새로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간 협력 분야가 군사 분야를 넘어 지평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외환시장과 관련된 문구는 양국 정상의 공동선언에 최초로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