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한 경남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일대에서 한 단체가 확성기를 설치한 차량을 동원해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은 15일 “집으로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 마을 일요일의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퇴임 후 경남 양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문 전 대통령이 사저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보수 성향 단체의 집회를 언급한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온건하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으면 좋겠다”며 확성기 집회에 반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양산 덕계성당 미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양산의 오래된 냉면집 원산면옥에서 점심으로 냉면 한 그릇 했다”고 쓴 뒤 이같이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하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이 귀향한 양산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일대에서는 최근 일부 단체가 확성기, 스피커를 설치한 차량 등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벨라도’라는 단체는 지난 11일부터 확성기 등을 동원해 문 전 대통령을 비방하는 24시간 밤샘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5일까지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야간에도 집회가 계속되자 주민들이 경찰에 수십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들을 막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벨라도는 자체 소음기까지 동원해 집시법 시행령 14조에 규정된 소음 기준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집회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제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이 직접 자제를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반지성’을 거론한 것은 집회를 방치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 백신 접종 후 사망하거나 중증을 앓는 피해자 가족들의 모임인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80여 명도 지난 14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 중 한 명이 경찰 안전 펜스를 넘어 사저 쪽으로 뛰어들어 가려다 경찰에 제지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잊힌 삶’을 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퇴임 후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문 전 대통령은 정치가 아닌 생활 이야기에 대한 소통은 계속하겠다고 했다”며 “그런 차원에서 SNS 활동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