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이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 경쟁’에 나서고 있다. 차기 국회의장은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168석)을 갖고 있는 여소야대 정국을 이끌게 되는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의장 후보들이 ‘야성(野性)’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의원총회에서 차기 의장 후보를 선출하기로 하고, 16~17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5선의 조정식 의원(경기 시흥을)이 15일 가장 먼저 의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며 “입법부 수장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독주를 막고 성과를 주도하는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독선과 야만의 시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보다 엄혹한 시절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국회의장은 다수당에서 배출하지만 당선된 후에는 당적 보유를 금지한 국회법에 따라 무소속이 된다. 특정 정당 편에 서는 것이 아니라 중립적으로 의회주의를 실천하라는 취지다. 그런데도 조 의원은 ‘사실상 민주당 일원으로 대(對)정부 투쟁을 하겠다’는 것을 국회의장 출마 변으로 내세운 것이다. 당 관계자는 “최근 일부 강성 지지층이 민주당 여론을 주도하는 현상이 자리 잡은 만큼,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고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게시판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 팬클럽 등에서는 강성 인사를 내세워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5선 김진표(경기 수원무) 의원이 최근 ‘검수완박’ 국면에서 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일조한 것도 국회의장 선거에서 강경파의 표심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회 최고령 의원인 김 의원은 당시 법제사법위원회에 보임해 소수당의 마지막 견제 장치인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했다. 최고령 의원이 안건조정위원장을 맡는 관례를 이용한 것이다. 김 의원은 전반기 의장 선거 때 박병석 의장에게 자리를 양보했고, 이 때문에 차기 의장 선거에 가장 앞선다는 분석이 많다.

이와 함께 이상민(대전 유성을) 의원도 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 우상호(서울 서대문갑) 의원도 주변에서 “야당 민주당 출신 의장으로 적격”이라며 출마 권유를 받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