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김규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지명하면서 박지원 국정원장은 이날 퇴임했다. 국정원 1·2·3차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다른 정무직 인사들도 함께 국정원을 떠났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될 때까지는 권춘택 1차장 내정자가 정식 임명을 거쳐 국정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권 내정자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6년 국정원에 들어와 주로 해외 파트에서 근무했다. 국정원 공채 출신으로 주미 대사관 근무 시절 미 중앙정보국(CIA)과의 협력을 담당했다. 이명박 정부 때는 국정원장 비서실장을 지냈다. 국정원을 나와서는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사무총장을 맡아왔다. 대미 정보 협력에 강점이 있다는 점을 윤 대통령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권 내정자가 김성한 대통령 국가안보실장의 대학 동문이란 점도 대통령실과의 소통 측면에서 장점으로 꼽힌다”고 했다.

박지원 국정원장./남강호 기자

권 내정자는 김규현 후보자가 임명될 때까지 국정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박지원 원장이 이날 곧바로 퇴임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주변에 “새 원장이 정식으로 임명될 때까지는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윤 대통령을 보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바로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 박 원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이임사에서 “(재임 중)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을 완성했고 철저한 정치와의 거리 두기, 완전한 정치 중립을 이뤄냈다”며 “중단 없는 개혁만이 국정원의 미래와 역사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국정원 소식통은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 정보기관이란 점에서 새 대통령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원장과 ‘동거’하는 게 어색하다고 양측이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과거 정권 교체 때도 새 정부 첫 국정원장 후보가 지명되면 전 정권에서 임명된 원장이 물러나고 1차장이 직무를 대행하는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