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탄절 특별사면을 검토 중인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특사 대상으로는 시위사범들이 대거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지만 여권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달 초 전국 일선 검찰청에 사면과 관련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공무원 연금 개혁 반대 집회(2015년)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근로자 불법 집회 한진중공업 관련 ‘희망버스’ 사건(2011~2013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반대 집회 최저임금법 개정안 반대 집회(2018~2019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 6가지 사건으로 처벌받은 사람을 파악해 보고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문 내용으로 볼 때 시위사범이 중심이 된 사면”이라고 했다. 이 시위 관련자들은 주로 현 정권의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보은(報恩) 사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앞서 2017년, 2019년, 2020년 총 4번의 특별사면 때도 광우병 촛불 집회,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 참가자,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집회 참가자,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찬양·고무) 등 시위사범을 매번 포함시켰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 번도 특사에 시위사범들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허영(헌법학) 경희대 석좌교수는 “법치 선진국에서는 국민들이 법질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시위사범에 대한 사면은 거의 하지 않거나 굉장히 특별한 경우에만 한다”면서 “계속 사면해주니 불법 시위를 거리낌 없이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면 규모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예년(例年)과 크게 차이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에는 6444명이 대상이었고, 4378명(2019년 2월), 5174명(2019년 12월), 3024명(2020년 12월)이 사면됐다.

이번 성탄절에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면될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지금으로선 아무런 계획이 없고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결자해지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청와대도 성탄절 사면 등에 대한 검토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 정부 매듭을 생각하게 된다”며 “종전 선언, 불행한 역사를 마감하자는 대사면”이라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은 올해 초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제안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공감대를 생각해야 한다”며 3·1절, 8·15 광복절 등을 앞두고 여러 차례 유보 입장을 냈었다. 다만 청와대는 최근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민주당 지도부가 사면 요청을 할 경우 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청와대도 내부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서는 찬반 의견이 여전히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든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고 올해 성탄절, 내년 3·1절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지층 반발 때문에 이재명 후보가 사면을 대통령에게 요청하는 방식으로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작년 10월 징역 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징역 22년이 최종 확정돼 수감 중이다. 박 전 대통령은 어깨 통증 등 때문에 올해 세 차례 병원에 입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