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들은 아직도 구형 M16 소총으로 훈련하는 경우가 많다. / 뉴시스

안녕하세요, 제가 1년여 전인 지난해 10월 ‘예비군 275만명에 쥐꼬리 예산’이라는 제목의 뉴스레터를 보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 다시 우리 군의 ‘참담한’ 예비전력 실태와 문제점에 대한 말씀을 올리려 합니다. 지난 1년간 크게 나아진 게 없기 때문입니다.

◇ 국방장관도 이례적으로 참석한 예비전력 세미나

제가 다시 예비전력 문제로 뉴스레터를 쓰기로 마음 먹은 것은 지난주 열린 한 세미나가 자극제가 됐습니다. 국방대 예비전력센터(센터장 장태동)과 상명대 국방예비전력 연구소(소장 윤지원) 공동 주최로 지난 11월25일 전쟁기념관 뮤지엄 웨딩홀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예비전력 정예화상’이라는 제목의 학군연(學軍硏) 예비전력 발전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엔 서욱 국방장관도 참석해 축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핵심전력이며 국가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예비전력을 정예화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군에서 사실상 ‘찬밥’ 신세였던 예비전력 분야 세미나에 국방장관이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2021년11월 국방대와 상명대 공동 주최로 열린 예비전력 발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이날 세미나에선 동원전력사령관을 지낸 구원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가 ‘국민이 바라는 예비전력에 대한 인식과 바람직한 역할’에 대해, 강용구 국방대 책임연구원이 ‘예비군자원 감소에 대비한 예비전력정책 발전 방향’에 대해 각각 주제 발표를 했는데요, 구 교수의 적나라한 예비전력 실태 및 문제점 지적이 참석자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 동원훈련, 한국 2박3일 vs 이스라엘 55일

구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예비군은 전세계 예비군 보유국가 중 예비군 교육 및 훈련 일수가 가장 적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예비군 동원훈련은 연간 2박3일인데요, 대만은 30일, 미국은 38일, 북한은 40일이고 이스라엘은 무려 55일에 달합니다. 예산문제는 말할 나위 없습니다. 올해 예비군 예산은 2346억원으로 전체 국방예산의 0.4%에 불과, 말 그대로 쥐꼬리 예산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예비전력 정예화를 위해 도입된 비상근 예비군 제도도 관심을 끌었는데요, 주요임무 수행부대에 편성된 예비군 중 주요직책 간부나 주특기병에 대해 연간 30~180일까지 훈련 소집, 동원태세 유지 및 추가훈련을 실시하는 제도입니다. 2014년 도입 첫 도입 당시엔 79명의 간부 예비군으로 시작됐는데 올해는 2874명으로 늘어날 정도로 양적으로 성장했다고 합니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투잡 예비군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요, 이 법안에는 예비군이 180일 간 복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병역법 및 예비군법 2개 법안의 개정안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아직도 구형 105mm 견인 곡사포를 사용하고 있는 예비군. 현재 현역 장병들은 자주포를 운용하는 경우가 많아 구형 견인포로 훈련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비상근 예비군 수당은 단기는 평일엔 10만원, 휴일엔 15만원이고, 장기는 1일 15만원이라고 하는데요,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제도가 양적으로는 성장했을지 모르지만, 군 당국과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으로 실제는 파행에 가깝게 추락해 신뢰성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하니 군 당국은 이런 의견도 경청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입니다.

◇ ‘투잡 예비군법’ 등 주목받는 비상근 예비군 제도

강 박사는 인구 절벽에 따라 현재 275만명인 예비군도 2030년대 말 이후엔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구체적인 예측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병역대상자 감소 추세를 감안한 2040년 예비군 총 자원(추정)은 94만4000명으로 현재보다 무려 170만명 이상이 적은 규모입니다.

그동안 병역자원 대폭 감소에 따른 현역 병력 감소 문제는 이슈가 돼왔지만 예비군 감소 문제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군 당국은 병력감축에 따른 전력손실을 첨단무기와 예비전력 강화로 메우겠다고 강조해왔는데도 말이지요. 강 박사는 적정 예비군 규모를 재판단한 뒤 비상근 예비군, 여군 예비군 등 모병 성격의 예비군 제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예비전력 강화에 주력한 결과 현역(17만)의 두 배가 넘는 46만명의 정예 예비군을 운용하고 있다. 사진은 이스라엘 예비군 훈련 모습./유용원의 군사세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 국방위원은 “우리 예비군은 전쟁사 박물관”이라는 표현까지 썼는데요, 동원(예비군) 부대가 운용하는 전차, 장갑차, 견인화포, 박격포, 통신 등 대부분의 장비가 내구연한을 초과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이 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제작된 155mm 견인포 등 70년 이상 경과된 장비도 일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예비군 관련 작전계획, 부대구조, 예산편성 등 전면 재검토해야

이날 세미나에서 한 현역 고위 관계자는 “예비전력 정예화라는 표현은 더 이상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예비전력 정상화, 현실화가 맞는 표현”이라며 현역 장성으론 보기 드물게 ‘직언’을 했습니다. 지금 정부와 군에서 내세우는 예비전력 정예화는 ‘장밋빛 환상’에 가깝다는 취지입니다. 이렇게 열악한 장비와 훈련이 부족한 인원으로 구성된 동원사단들이 ‘천하무적 부대’인처럼 유사시 최전선에서 북한의 남하를 막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 비현실적인 작전계획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예비전력(예비전력) 강화는 대규모 병력감축과 복무기간 단축 등에 따른 우리 군의 전력약화를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미국, 이스라엘 등 군사강국들은 우수한 예비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반면 우리 동원전력 최고 지휘관인 동원전력사령관을 지낸 구 교수는 “(우리) 예비군은 계륵인가?”라는 말씀까지 하셨는데요, 차기 정부는 예산 대폭증액은 물론 작전계획 및 부대구조 전면 재검토 등 예비전력의 환골탈태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