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자체가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답하기가 싫어요.”(홍준표)

“본선에 가서 토론 그렇게 하실 겁니까?”(원희룡)

앞선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수소’ 관련 문답으로 공방을 벌였던 홍준표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27일 토론회에서 ‘탄소세’를 소재로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홍 의원은 원 전 지사가 ‘탄소세에 대한 생각’을 묻자, 질문의 저의를 문제 삼으며 “머리 그렇게 좋으신 분이 토론을 그렇게 하세요?”라고 했고, 원 전 지사는 “답은 안하고 이렇게 인신공격 내지는 비아냥을 하신다”고 맞섰다.

27일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원희룡(왼쪽) 전 제주지사와 홍준표 의원이 대화하고 있다. /KBS

두 사람 간 입씨름은 원 전 지사가 이날 토론회 중 자신의 주도권 발언 시간에 홍 의원에게 ‘탄소세’ 질문을 던지며 시작됐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이 앞선 토론회에서 ‘수소’ 관련 질문에 제대로 대답 못한 것을 염두에 둔 듯 “오늘은 수소에 대해 묻지는 않겠다. 공부를 하셨을 테니까”라고 했다.

여기에 홍 의원이 즉각 “아니 고등학교 과학 토론도 아니고”라고 말을 끊자, 원 전 지사는 “제 주도권 질문이다. 왜 제 시간을 뺏느냐”며 항의했다. 홍 의원은 “질문 자체가 좀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그렇다”고 답했다.

원 전 지사는 다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탄소세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 후보의 탄소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대응 논리를 펼치시겠느냐”고 질문했다. 홍 의원은 “이재명 정책에 대한 토론은, 이재명과 붙을 때 이야기하겠다. 원 후보의 정책을 설명을 하라”고 대꾸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발언을 쏟아내며 다음과 같은 설전을 했다.

“제가 질문을 했는데 왜 답변을 안 하십니까?”(원희룡)

“이게 무슨 장학퀴즈 식으로 물으니까...”(홍준표)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탄소세에 대한 입장이 없어요?”(원희룡)

“원 후보의 입장은 무엇입니까?”(홍준표)

“왜 나를 묻습니까? 먼저 얘기하세요.”(원희룡)

“딱 질문이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제가 답변을 안 하는 겁니다.”(홍준표)

이후에도 원 전 지사는 재차 “혹시 (탄소세에 대한) 입장이 없으십니까?”라고 물었고, 홍 의원은 “입장이 없는 게 아니라, 이재명 후보 공약을 전제로 묻는 데엔 답변하지 않겠다”며 “원희룡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탄소세) 공약이 같습니까?”라고 했다.

두 사람은 “다르면 설명해보라” “왜 내가 설명해야 하나”며 언성을 높였다. 홍 의원은 또다시 “토론 자체가 야비하게 느껴지니까 대답하기가 싫다”고 했고, “본선 가서도 그렇게 하실 거냐”고 원 전 지사는 말했다.

홍 의원은 “본선에 가서는 제가 훨씬 잘하죠! 당내 토론이기 때문에, 제가 제대로 안 하고 있는 겁니다. 묻는 것도”라며 “참, 머리 그렇게 좋으신 분이 어떻게 토론을 그렇게 하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원 전 지사는 “답은 안하고 인신공격 내지는 비아냥을 한다”고 했다.

사회자가 시간이 다 됐다며 유승민 전 의원에게 주도권 발언을 넘겨주고 난 뒤 홍 의원과 원 전 지사의 공방이 끝났다. 유 전 의원은 발언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듯 “아이고, 두 분 사이에 있으니까. 양쪽 귀가 아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