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 구성원들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통해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본 것을 계기로 ‘도대체 공공사업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느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동시에 이재명 경기지사의 최근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화천대유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하던 시점, 이 지사가 스스로 ‘설계자’라고 밝힌 발언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를 자신이 했다고 밝히고 있다. /채널A

지난 14일 이 지사가 자신을 둘러싼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서 ‘성남시 공영개발 시스템을 유동규 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하신 거로 아는데, 지금 이분이 캠프에 있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이 지사는 “이분은 캠프에 없습니다. 작년에 경기관광공사(사장)를 하다가, 이분이 몸이 안 좋다고 작년에 퇴직했어요”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대장지구 개발사업 관련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TV조선

화제의 발언은 바로 그 다음에 나왔다. 이 지사는 곧바로 이어 “(유 전 사장은) 퇴직했고… 사실 이 설계는 제가 한 겁니다. 유동규 사장이 실무자로 당시에 도시주택공사 담당 임원이었죠”라고 한 것이다. 이어 “제가 아까 말씀드린대로 ‘이렇게 설계해라’ 나중에 혹시 또 먹튀할 수가 있으니까… ‘먹튀 못하게 이렇게 이렇게 해라’ ‘제소전 화해도 해놔라’ 혹시 소송에서 무효라고 주장할까… 그럴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 추가로 개발사업 참여자들 측 개발이익이 너무 많은 거 같으니까, 더 우리가 확보해야되겠다 해가지고, 1000억원을 더 받아라 제가 시켰는데, 결국 920억원 정도 추산되는 사업을 그들이 하기로 해서 인가조건을 바꿨고요”라고 했다.

대장동 사업에서 민간업자들이 수익의 얼마를 공공에 돌려주고, 그 나머지를 가져가는 수익 배분 구조까지도 이 지사가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사업에 뛰어든 민간업자들은 3억5000만원을 투자해 배당금과 분양수익으로 6300억원 이상 챙겨갔다. 성남 인근 의왕에서 진행되는 민관도시개발사업의 경우, 화천대유에 해당하는 자산관리회사 ‘의왕백운밸리AMC’는 연간 38억원 정도 수수료만 받는 구조라는 지적도 온라인에서는 나오고 있다.

이 지사의 발언은 6년차 대리급에 불과했던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과 맞물려 26일 여야 양쪽 모두에서 다시 조명됐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선거 캠프는 이날 오후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논평에서 이 지사를 겨냥 “사업의 설계자를 자처한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이날 밤 진행된 TV토론에서 이 지사가 설계자임을 자처한 발언을 반복해서 언급했다.

이와 관련, 이 지사는 25일 광주광역시 경선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지만 역시 제도적 한계 때문에 충분히, 완전히 개발이익을 환수 못한 점에 대해서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는 아쉽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