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원자력(핵)추진 공격용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 1발로 천안함 3배 크기인 4000t급 호위함(프리깃함) 함체가 순식간에 두 동강 나면서 격침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정부와 군 당국의 천안함 어뢰 피격 조사 결과를 10년 넘도록 부정하고 있는 음모론자들의 주장을 불식시킬 수 있는 근거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달 말 실시된 미 해군 훈련에서 페리급 호위함 밑 수중 어뢰 폭발로 발생한 고압의 가스 버블(거품)에 의해 함체 중간 부분이 솟아오른 뒤 폭발되는 장면. 이 호위함은 곧 두 동강 나 침몰했다. 이 호위함은 2010년 북한 어뢰에 의해 폭침된 천안함보다 3배가량 크다. /미 국방부

미 국방부는 지난달 실시된 미 해군 ‘LSE 2021’ 훈련에 참가한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 시카고함(SSN 721)에서 어뢰 1발 등을 발사해 올리버 해저드 페리급 호위함을 격침하는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훈련에 참가한 시카고함은 먼저 하푼 잠대함(潛對艦) 미사일 2발을 호위함을 향해 쐈다. 미사일 2발 모두 호위함에 명중했지만 배를 격침시키지는 못했다. 대함미사일은 보통 함정 상부에 명중해 구멍을 뚫고 각종 장비를 무력화시키지만 대형 함정을 한 번에 침몰시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어 발사된 MK48 중(重)어뢰가 호위함 밑에서 터진 뒤에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면서 함체는 두 동강 났고 곧바로 침몰했다.

이는 대형 함정도 어뢰 한 발로 두 동강 내 격침할 수 있는 ‘버블 제트’(Bubble Jet)의 위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다. 어뢰나 기뢰가 함정을 직접 타격하지 않고 함정 밑 수중에서 폭발하면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고압의 가스버블(거품)이 발생한다. 우선 물로 전파된 충격파가 함저를 때려 손상을 주고, 이와 거의 동시에 거대한 버블이 배 아래서 팽창→수축→재팽창→붕괴 과정을 거치며 함정 허리 부분을 들어 올렸다 처지게 한다. 이때 함정의 위(갑판)와 아래(함저) 철판들은 균열과 함께 심하게 손상되고, 마치 허리가 부러지듯이 선체가 두 동강 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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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훈련의 표적이 된 페리급 호위함은 길이 138m, 폭 14m, 만재 배수량 4100t급이다. 2010년 3월 북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만재 배수량 1220t)보다 크기가 3배인데도 단발에 침몰했다. 이번 훈련에 쓰인 중어뢰와 천안함 폭침에 사용된 어뢰는 비슷한 위력으로 추정된다. 잠수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이번 실험은 전형적인 중어뢰 폭발 모습을 보이며 호위함을 격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1999년에는 우리 해군 잠수함 이천함이 서태평양 잠수함 구조 훈련에서 미 해군의 1만2000t급 퇴역 순양함을 독일제 SUT 중어뢰 한 발로 두 동강 내 격침했다. 호주 해군이 같은 해 잠수함에서 발사한 어뢰 1발로 2700t 퇴역 구축함 토렌스함을 격침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련의 버블 제트 실험은 천안함이 어뢰에 의해 두 동강 났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해준다”고 말한다.

천안함 폭침 뒤 한국과 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5국 전문가 73명으로 구성된 합동조사단도 92일에 걸친 합숙 조사와 수많은 모의 실험 등 과학적 검증을 거쳐 만장일치로 ‘북의 어뢰 공격’으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아직도 일각에선 좌초설, 선체 피로설 등 정부 및 군 당국의 발표를 부정하는 ‘천안함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4월엔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미 군함 충돌설’ 등을 퍼트린 신상철씨의 진정을 받아들여 재조사를 추진하다 파문이 일자 재조사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신씨는 과거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하려고 구조를 늦췄다” “국방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는 주장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