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천안함 폭침 희생자인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 해군 간부의 길을 걷게 됐다. 20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원사의 딸 해나 씨가 전날 '해군 군가산복무(군장학생) 장교' 모집 전형에 최종 합격했다. /연합뉴스

천안함 고(故) 김태석 해군 원사의 딸 김해나(19)씨가 2025년 대학 졸업과 함께 해군 소위로 임관하게 됐다는 사실이 20일 알려졌다. 아버지를 따라 해군 간부의 길을 걷게된 김씨에 대해 각계에서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천안함 생존 장병들 중 일부는 ‘조카’라 부르던 김씨를 상관으로 모셔야하는 다소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공격에 따른 천안함 폭침으로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전사하고 58명이 남았다. 천안함생존자전우회에 따르면, 생존 장병 중 20여명은 현재까지도 현역으로 해군에 복무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김 원사와 같은 해에 임관한 동기라고 한다. 1993년 해군 부사관으로 임관한 김 원사는 전주함, 강원함 등을 거쳐 천안함에 부임했다. 18년 군 생활 중 15년을 함정에서 근무하며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수호하는 데 이바지했다.

전준영 천안함생존자전우회장은 본지 통화에서 “지금으로부터 4년 뒤쯤에는 해나 아버지 동기 분들이 해나를 상관으로 모시는 다소 재밌는 상황이 펼쳐질 것 같다”며 “축하 통화를 했는데 개의치말고 경례 받으라고 말해줬다”고 했다. 과거 일부 장병들은 군인을 꿈꾸던 해나양에게 “절대 해군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농담조로 얘기했다고 한다.

이날 해군 소위로 임관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해나양에게는 천안함 생존 장병들의 격려와 응원이 곳곳에서 답지했다. 전 회장은 “자주는 아니어도 대전으로 동네가 같아 어릴 때부터 봐왔던 사이”라며 “아빠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씩씩했고 밝게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어 “동기들도 잘 챙기고 겸손한 자세로 군인 생활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천안함전우회 안종민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서 “멋진 해군장교가 되어 2023년 취역하는 신형 호위함 ‘천안함’을 타고 서해를 지키고 꼭 북한에게 복수해달라”고 했다.

최원일 천안함장(사진 가운데)이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최 함장 오른쪽이 고 김태석 원사다. /페이스북

해군 장교 출신으로 해나양을 ‘직속 후배’로 맞게 된 최원일 천안함장은 소셜미디어(SNS)에 김태석 원사와 함께 케이크를 자르던 옛 사진을 올렸다. 최 함장은 “자랑스럽고 대견하다”며 “아빠가 지킨 슬픔의 바다를 딸이 희망의 바다로 다시 지키게 됐다”고 했다. 올해 2월 전역한 최 함장은 해군사관학교 45기 출신이다.

이밖에 소셜미디어에서 네티즌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충정이 대를 이었다” “감동과 눈물이 나는 소식이다” “애국심이 보기 좋고 부친처럼 멋지고 훌륭하게 성장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해나양은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아버지를 잃었다. 이후 우석대 군사안보학과에 입학했고 ‘군 가산복무(군장학생) 지급 대상자 모집 전형’에 최종 합격해 부녀가 해군의 길을 걷게 됐다.

정치권에서도 격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진 의원은 “가슴이 뭉클하고 감격스럽고 고마운 소식”이라며 “아버지 발자취를 따라 해군 복무를 선택한 김해나씨의 도전 정신을 응원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해군 장교 교관병과(OCS 71) 출신으로 3년 4개월을 복무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해나씨의 도전과 성취는 우리 모두에게 기쁨과 힘이 됐다”며 “대한민국 영해를 수호하는 영웅이 되어달라”고 했다.

천안함 폭침 후 11년이 지났지만, 생존 장병들과 유가족들 간 우애는 돈독하기로 유명하다. 생존 장병들의 경우 매년 최원일 함장 주재하에 1~2차례씩 모여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또 응원하고 있다. 지난 2016년 6월 전준영씨 결혼식에서는 주례를 맏은 최 함장이 주례사에서 “먼저간 46명의 전우들 몫까지 누구보다 행복하게 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해 장내가 눈물 바다가 됐다. 14살이던 해나양도 하객 중 한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