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기자 시절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당시 사용하던 기자증./조선일보DB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명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여권이 강행 처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지난 28일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야당과 언론계에선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는 반민주적 악법을 숫자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권의 기자 출신 의원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오히려 앞장서고 있다.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 정치부 기자, 도쿄 특파원, 국제부장 등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는 2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언론중재법에 대해 “21년 기자로 산 사람으로서 안타깝지만 제가 현직 기자라면 환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일반 시민들과 언론계는 생각이 좀 다를 것인데 언론계가 자기 개혁을 좀 더 했더라면 여기까지는 안 왔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도 했다. 이 전 대표는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밀착 취재하며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러한 기자 경력은 이 전 대표 정계 진출의 발판이 됐다.

2017 법조언론인클럽 신년회 겸 올해의 법조언론인상 시상식에서 한겨레신문 최순실 사건 특별취재팀 김의겸 선임기자(가운데)가 법조언론인상 수상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지난 28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과시키고 나서’라는 글을 올리고 “악의적인 오보를 냈을 경우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며 “언론 자유는 이 법 통과로 비로서(비로소를 잘못 표기) 보장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포털이 알고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자체적으로 기사를 선정해 배열하는 현 시스템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이어 포털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언론의 생태계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1990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27년 동안 정치부 기자, 사회부장, 논설위원, 선임기자 등을 지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총선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했다.

한편 언론계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여기자협회·한국인터넷신문협회 언론 5단체는 지난 28일 ‘언론에 재갈 물리는 반헌법적 언론중재법 개정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에 반대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반민주적 개정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과거 군부 독재정권이 무력으로 언론 자유를 억압했다면 지금의 여당은 무소불위의 입법권을 행사하며 언론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향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및 정부 정책의 비판·의혹 보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당이 만든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보도의 폐해를 막겠다면서 피해액의 5배까지 배상토록 하고, 언론사 매출액의 1만분의 1이라는 손해배상 하한액까지 설정하는 등 ‘과잉입법금지’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