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킬러’로 불리는 중·러 초음속 대함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는 국산 첨단 근접방어무기(CIWS Ⅱ)가 오는 2026년까지 개발된다. CIWS Ⅱ는 첨단 AESA(능동 위상배열) 레이더 등을 장착해 마하 3 이상의 초고속으로 날아오는 적 대함미사일을 분당 4200발을 쏠 수 있는 고성능 기관포로 요격하는 것이다. 함정 근접방어무기에 첨단 AESA 레이더까지 장착하는 것은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유례가 거의 없는 일이다.

CIWS(Close-In Weapon System)는 함정에 탑재된 미사일로 요격에 실패한 적 대함미사일을 마지막으로 방어하는 수단이어서 ‘최후의 보루’로 불린다. 기존 한국형 이지스함과 구축함, 신형 호위함 등에도 해외에서 도입한 CIWS가 장착돼 있다. 하지만 중·러·일 등 주변강국이 기존 CIWS로 요격할 수 없는 신형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속속 배치함에 따라 성능이 개량된 국산 CIWS를 개발하는 것이다.

2021년6월9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된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공개된 LIG넥스원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Ⅱ). 분당 4200발의 기관포탄을 발사해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다. /연합뉴스

CIWS Ⅱ 사업에는 개발비와 양산비를 합쳐 오는 2030년까지 3200억원이 투입된다. 방위사업청은 다음달 초까지 CIWS-Ⅱ 체계개발 입찰등록을 받은 뒤 9월쯤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현재 LIG넥스원과 한화시스템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기종이 결정되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인천급 배치3 차기 호위함 등에 장착되며 한국형 경항모 장착도 추진된다.

지난 9~12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1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선 두 회사의 CIWS Ⅱ 후보 기종이 처음으로 공개돼 관심을 끌었다. CIWS Ⅱ는 AESA 레이더를 비롯, 전자광학장치(EOTS), 함포(기관포) 등으로 구성된다. 함포는 미 제너럴 일렉트릭이 개발한 GAU-8 ‘어벤저’ 30㎜ 7연장 개틀링포를 장착한다. ‘탱크 킬러’로 유명한 A-10 대지공격기가 장착하고 있어 유명해진 기관포다. 1㎞ 떨어진 59㎜ 두께 장갑을 관통할 수 있어 경전차까지 파괴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의 근접방어무기체계(CIWS2) CG. 첨단 AESA 레이더와 전자광학 장비 등으로 적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할 수 있다. /한화시스템

기존 해군 함정에선 GAU-8 30㎜ 기관포를 사용하는 유럽제 ‘골키퍼’와, 20㎜ 벌컨포를 사용하는 미국제 ‘팰링스’ 등 2개 시스템을 근접방어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개량형 CIWS 사업에선 30㎜ 기관포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군 소식통은 “아무래도 20㎜ 벌컨포보다는 30㎜ 기관포가 위력이 커 30㎜포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초고속 대응을 위한 체계통합 및 사격통제 능력도 중요하다. 마하 3(음속의 3배) 초음속 대함미사일의 경우 1초에 1㎞나 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CIWS의 유효 사거리는 보통 3㎞ 이내이기 때문에 대응 시간이 3초 이내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함정 근접방어무기는 함정 전투체계와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함정 전투체계에 “쏠까요 말까요” 물어볼 새가 없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탐지·추적해 적 대함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다.

CIWS-Ⅱ의 핵심 요소인 AESA 레이더 기술을 놓고도 두 회사는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LIG넥스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력화된 면배열 AESA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산 대포병탐지레이더Ⅱ가 대표적이다. 한화시스템은 첫 국산 전투기 KF-21용 AESA 레이더를 개발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KF-21용 AESA 레이더 실물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격통제 기술도 신속한 대응을 위한 핵심 기술이다. 한화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 탄착수정이 적용된 ‘사격제원 계산장치’ 개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해군 함정 대부분이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CIWS-Ⅱ에는 기존 골키퍼 기술이 많이 활용되는데 LIG넥스원은 기존 골키퍼의 창정비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 상당 수준의 사격통제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전투체계 연동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산 CIWS-Ⅱ 개발에는 중·러·일 등 주변강국의 신형 초음속 및 극초음속 대함미사일 개발이 큰 영향을 끼쳤다. 러시아가 개발한 SS-N-22 ‘썬번’(모스킷) 미사일은 최대 250~500㎞ 떨어진 적 함정을 마하 3 이상의 초음속으로 타격할 수 있다. 320㎏의 강력한 탄두를 장착하고 수면 위 20~30m의 초저공으로 비행, 요격이 어려워 ‘미 항모 킬러’로 불린다. 러시아 함정은 물론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소브레메니급 구축함에도 장착돼 있다.

'항모킬러'로 불리는 중국과 러시아 해군의 '썬번' 초음속 대함미사일. 마하 3 이상의 속도로 최대 250~500km 떨어진 적 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개발한 YJ-12 초음속 대함미사일은 마하 2~4의 속도로 250~400km 떨어진 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H-6 폭격기와 구축함 등에 장착된다. 일본이 개발한 최신형 ASM-3 초음속 공대함미사일은 마하 3 이상의 속도로 최대 400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이들 미사일은 종전 대함미사일이 아음속(음속 이하)이었던 데 비해 속도가 3배 이상 빠르고 초저공 비행이 가능해 요격이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는 DF-17, 지르콘 등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배치하고 있다. 국산 CIWS-Ⅱ는 극초음속 미사일에 대해선 AESA 레이더로 탐지는 할 수 있지만 대응시간이 너무 짧아 직접 요격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하 9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1초에 3㎞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 러시아제 대함미사일을 개량한 금성3호 함대함.지대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데 속도는 음속 이하여서 요격이 가능하다. 북한이 초음속 대함미사일을 개발중이라는 첩보도 있지만 아직까지 공식 확인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