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지 않는 청년에게 세계여행비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발언이 비판을 받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이디어 차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들에게는 숙성된 생각을 내놓으라”고 일침을 놨다. 최근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청년을 대상으로 현금 지원 공약을 발표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선일보DB

6일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지사를 향한 편지 형식으로 글을 올려 “세계여행 1000만원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며 상세히 올리신 ‘진의’를 보니 어제 보도된 내용과 전혀 다르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남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자리에 계시니, 제발 중요한 문제는 깊이 고민해 달라”고 했다.

윤 의원은 “브레인스토밍은 기자들 모르게 하고, 생각이 숙성되거든 국민들 앞에 내놓으라”고 했다. 이어 “‘그냥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라 하시면, 대선 후보쯤 되시는 분이 국민들 간을 보신다는 오해를 받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의원은 이 지사에게 “왜 두 자녀를 대학에 진학시켰냐”고 물었다. 그는 “그게 이롭기 때문이라 믿었을 것”이라고 자답한 뒤, “그렇다면 여행갈 돈이 없는 집안의 젋은이들에게 ‘대학 안가면’이란 조건을 달아 여행비를 대줘 그들의 진학 결정을 바꾸고, 그들이 지사님 자녀보다 못한 인생경로를 밟게 된다면 그 책임은 어떻게 지시겠느냐”고 다시 물었다.

윤 의원은 “학력에 따른 차별을 없애 젊은이들에게 맹목적인 대학진학을 유도하는 구조를 바꾸자는 데 적극 찬성한다”면서 “미진학 젊은이들이 양질의 직업교육을 받고 좋은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제발 적극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어떻게 대학의 질을 높여 ‘안가도 되는 대학’이라는 평판을 바꿀 건지, 경제력이 모자라 대학진학이 어려운 젊은이를 어떻게 적극 도울 것인지, 미진학의 확고한 뜻이 있는 젊은이가 좋은 일자리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도울 것인지가 지도자가 해야 할 고민”이라며 “제발 국민의 세금으로 남의 인생을 뒤틀면서 선심쓰지 말아달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 조문에 앞서 귀빈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4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열린 ‘경기도 고졸 취업지원 기반마련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000만원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싶다”며 “4년간 대학 다닌 것하고 4년간 세계 일주를 다닌 것하고, 어떤 게 더 인생과 역량 개발에 도움이 될지 각자 원하는 대로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비판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선정적 낚시”라고 했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잔돈 몇 푼으로 청년을 유혹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사탕발림 공약이 어느 순간에 허경영씨를 초월할지 궁금하다”고 했다. 여권에서도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막연한 퍼주기”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 지사는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약 발표나 정책 제안이 아니라 토론 자리에서 아이디어 차원에서 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데 이를 두고 일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세계여행 천만원 지원 공약”이라 호도하거나 ‘포퓰리즘’, ‘허경영 벤치마킹’이라며 비난의 소재로 삼고 있다”며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이런 식으로 왜곡하면 어찌 토론이 가능하겠냐”고 했다. 이어 “유사 이래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청년세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하고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며 “지엽을 왜곡해 본질을 조작한 정치적 공격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 외에도 최근 여권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청년 대상 현금 지원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1억원 통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군 제대 시 3000만원’ 등을 제시했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20대 표심을 잡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