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참패로 끝난 4·7 재·보궐선거를 두고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마다 ‘승자가 잘해서가 아니라 패자가 못해서 승패가 갈렸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번엔 특히 승자에 대해 점수가 후하지 않다”며 “내년 대선에선 표심(票心)이 다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15일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조사회사가 공동으로 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주된 이유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잘못해서’란 응답이 61%였다. 다음 이유로는 ‘전임 시장 잘못에 대한 심판 때문에’가 18%였다. 80% 가까운 유권자가 여당의 실정에서 원인을 찾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국민의힘의 정책과 공약이 좋아서’는 3%, ‘국민의힘 후보가 좋아서’ 는 3%, ‘국민의힘이 정당 활동을 잘해서’ 는 1%였다. 즉 ‘국민의힘이 좋고 잘해서 이겼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국민의힘 지지층도 81%가 ‘여당이 못해서 이겼다’고 했고 ‘야당이 잘해서 이겼다’는 6%였다.

민주당이 패배한 원인으로는 ‘주택·부동산 등 정책 능력의 문제’가 43%로 가장 높았다. 그 뒤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의 문제’ 18%, ‘야당과 협치하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 추진’ 15%, ‘전임 시장의 성추문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 부재’ 10% 등이었다. ‘내로남불’ ‘오만’ ‘무능’ 같은 여당 참패 원인 분석과 일치하는 답변이었다.

‘4·7 보궐선거 결과를 어떻게 생각하는가’란 질문에는 ‘여론과 민심이 적절하게 반영된 선거’(62%)란 응답이 다수였고,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 지나쳤던 선거’는 18%,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이 부족했던 선거’는 7%였다. 이번 선거 결과의 의미에 대해선, 청와대와 여당에 대해 ‘기대를 접지 않고 경고를 한 것’과 ‘기대를 접고 등을 돌린 것’이란 응답이 각각 46%로 같았다. 정부와 여당이 하기에 따라 내년 대선 등에서 투표 성향이 바뀔 수 있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다만 20대에선 ‘기대를 접지 않았다’(37%)보다 ‘기대를 접었다’(50%)는 평가가 더 높았고, 30대에선 47% 대 46%로 비슷했다.

한편 이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선 ‘잘하고 있다’ 35%, ‘잘못하고 있다’ 58%로 지난주 조사에 비해 긍정 평가가 5%포인트 하락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4개 조사회사의 공동 지표조사가 시작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였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0%, 국민의힘 29%, 국민의당 6%, 정의당 5% 등이었고, ‘지지 정당이 없다’ 또는 ‘모름·무응답’은 28%였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라기보다는 ‘반문(反文) 진영 후보’로 여기고 찍은 유권자가 많다”며 “중도층은 물론 야권 지지층도 대선까지 야당의 혁신과 통합 과정을 주시하며 마음을 다시 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27.9%였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