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 관련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발의를 늦추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청 설치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상황에서 법안 발의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당과 검찰 갈등이 표면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구고검·지검 방문 일정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청사를 나오고 있다. /김동환 기자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위 대변인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여러 과정을 통해 소통하고 기본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정돈된 상태에서 법안 발의를 하겠다”고 했다. “큰 방향은 담담하게 가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속도 조절을 시사한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에 남아있는 6대 범죄 수사권까지 모두 신설되는 수사청에 이관하는 내용의 검찰 수사권·기소권의 완전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을 달성하겠다며 수사청 설치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겠다고 시사한 상태였다.

오 대변인은 상반기 처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사회적 공감이 이뤄지면 그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특별히 언제까지 시한을 놓고 접근하지 않는다. 방향성을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라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앞서 최인호 수석대변인도 3일 수사청 설립 법안 발의 시점에 대해 “조율 기간이 길어지면 선거 뒤가 될 수 있다”고 했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윤 총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의 반발을 의식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사청 설립에 따른 파장으로 검란이 일어나고 윤 총장이 사퇴까지 한다면 내달 보궐선거뿐 아니라 내년 대선까지 판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조국·추미애 법무장관 사태로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사태가 재연될까 걱정스럽다”며 “선거 국면에서 굳이 무리한 싸움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