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시상식에서 '최재형상'을 받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김원웅 광복회장과 임시의정원 걸개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최재형 선생도 당신 이름을 딴 상(賞)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받는 걸 좋아하시지 않을 겁니다.”

광복회가 25일 추미애 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준 데 대해 ‘(사)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 문영숙이사장은 본지 통화에서 “민주당 출신 김원웅 광복회장이 정치적 사리사욕으로 최 선생을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광복회가 ‘최재형상’을 가로채 여당 정치인들에게만 주면서 선생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재형 사업회' 문영숙 이사장.

최재형(1860~1920) 선생은 구한말 노비 출신으로 러시아에 건너가 큰 부를 이뤘고, 재산 대부분을 임시정부와 안중근 의사 활동 등을 지원하는 데 썼다. 일제가 독립운동 거두(巨頭)로 지목한 최 선생은 결국 연해주 대량 학살 때 순국했다. 문 이사장은 “이역만리 동토(凍土)에서 평생 고난의 길을 걸은 최 선생의 뜻과 추 장관의 삶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작가이기도 한 문 이사장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등 저서를 집필한 인연으로 2019년부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2010년 발족한 사업회는 2018년 ‘최재형상’을 제정해 지난해 2월 추천 공모를 했다. 문 이사장은 “하지만 그 직후 광복회가 사업회·유족 측과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고 독단으로 ‘최재형상’을 만들어 정치인들에게 주기 시작했다”고 했다.

광복회 최재형상은 지난해 5월 고(故) 김상현 의원을 첫 수상자로 선정했고, 이어 지난해 12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25일 추 장관에게 상을 수여했다. 모두 여권 정치인이다. 광복회는 추 장관 선정 이유에 대해 “추 장관이 재임 기간 일제의 후작 작위를 받은 이해승의 친일 재산 등 총 171필지 공시지가 520억원(시가 3000억원)을 국가에 귀속시킨 노력이 인정된다”고 했다.

김원웅, 추미애에 시상 - 추미애(오른쪽) 법무부 장관이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독립운동가 최재형상 시상식에서 김원웅 광복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문 이사장은 “어떻게 7개월, 1개월 간격으로 그것도 여당 출신 정치인들에게만, 심지어 현직 장관에게마저 상을 줄 수 있느냐”고 했다. 광복회는 심사 과정에서 사업회 측에 어떠한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지난해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공문을 보냈는데도 무시했다는 것이 문 이사장 설명이다.

문 이사장은 “광복회가 안중근·윤봉길·김구·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같이 큰 단체가 주는 상은 중복 수상을 못 하니, 상대적으로 영세한 우리 사업회를 만만하게 보고 이러는 것”이라고 했다. 사업회 후원 회원은 약 200명이다. 사업회는 국내외 학생들에게 연 1억원가량 장학금을 준다. 서울 용산구가 지하 창고를 리모델링해 마련해준 작은 사무실에서 이사장과 사무국장 두 명이 상주하고 있다.

'상 받는 추미애, 상 주는 김원웅 반대' -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최재형상’수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이태경 기자

문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을 방문해 김 회장을 만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광복회 측이 ‘자꾸 이러면 광복회원 1000여 명이 이사장님을 찾아갈 수도 있다고 벼르고 있다. 어쩌실 거냐’고 했다”고 문 이사장은 전했다. “협박처럼 느꼈다”고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광복회관 시상식에 참석한 추 장관은 김원웅 광복회장에게 상패를 받은 뒤 태극기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추 장관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軍人本分)’이라는 안중근 의사 유묵을 인용하며 “지금 제 처지는 이 촛불로 세운 문재인 정부의 법무장관으로서 안 지사의 말씀을 차용해 제 심경을 대신하겠다”고 했다. 같은 시간 광복회관 밖에서는 추 장관 수상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팻말을 들고 항의 시위를 했다. 문 이사장은 “이렇게 논란이 심한데 어떻게 태연하게 상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