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취임 4년차 4분기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넘어 60%대까지 육박하고 있다. 지지율도 최근 35%대 미만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취임 후 최저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시기 역대 다른 정권의 지지율과 비교해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지지율 하락을 겪은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레임덕에 빠진 것은 핵심 지지층이 이탈한 탓이 컸는데, 문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들에 비해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영상으로 열린 제1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1~2일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61.7%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 업체가 실시한 조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는 34.1%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 지지율은 38%로 취임 3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YTN(36.7%), 알앤써치·데일리안(35.7%), 한길리서치·쿠키뉴스(38.5%) 등 다른 조사 기관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지지율이 30%대로 추락하고 부정 평가가 50%를 상회하는 추세가 취임 4년차 4분기까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문 대통령에 대한 이 같은 여론 추세는 집권 4년차 3분기 역대 대통령 지지율을 살펴보면 양호한 수준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집권 4년차 3분기(2020년 10~12월) 평균 지지율은 42%를 기록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같은 분기에 문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온 경우는 없었다. 뒤를 이어서 이명박(37%), 김영삼(34%), 박근혜(32%), 김대중(28%), 노무현(16%) 순이었다.

같은 기간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48%였다. 이는 앞선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5번째로 낮은 것이다. 문 대통령보다 부정적 평가가 낮았던 대통령은 김영삼(40%) 전 대통령밖엔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74%의 부정 평가로 부정적 평가가 가장 높았다. 이어 이명박·박근혜(55%), 김대중(49%) 순이었다. 이를 두고 계속되는 지지율 하락에도 문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지지율 선방에도 최근 코로나 3차 대유행에 대한 부족한 대응, 세계 주요 국가들에 비해 뒤처진 백신 확보 등으로 국민 불만이 높아지면서, 사실상 임기 막바지인 올해 지지율 추락이 더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코로나 백신 확보가 늦어진다면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공수처 출범이나 윤 총장 징계를 통해 정권 핵심의 권력형 비리가 부각되지 않는 안전판이 마련된다면, 강성 친문층을 보유하고 있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30% 선이 쉽게 붕괴되지는 않을 수 있다”면서 “현 정부는 지지층마저 붕괴됐던 노무현 정부 때의 트라우마가 강해서 지지율 방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