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국 부시 대통령 임기 말엔 5기 정도의 핵무기를 갖고 있었지만, 버락 오바마 임기 말엔 25기, 트럼프 행정부 말엔 45기를 보유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임기 말엔 북한이 65기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19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에서 패널들이 북핵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자인 문유미 스탠퍼드 교수, 지그프리드 해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김숙 전 유엔 대사, 조주희 ABC뉴스 서울지국장. /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스탠퍼드대학 벡텔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한국학 콘퍼런스’에서 지그프리드 해커 미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해커 박사는 미국의 저명한 북한 핵문제 권위자다. 그는 “우리는 북핵에 경각심을 가져야 하지만, 놀랄 필요는 없다”며 “북한은 항상 핵무기와 외교 전술을 번갈아 사용했다. 외교적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이날 스탠퍼드대학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코리아 프로그램’은 한국학 강의 개설 20주년 맞이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오전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와 김숙 유엔 전 대사, 조주희 ABC뉴스 서울지국장은 패널로 나서 현재 북한의 핵무기와 코로나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해커 박사는 북핵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할 여러 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했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지만 ‘노딜’로 끝난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정적이라고 했다. 당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영변 핵시설 외 추가적인 비핵화를 요구하며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해커 박사는 “하노이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최대의 기회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포기하고) 걸어 나와서 박수를 받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에서) 당시 북한이 제안한 것은 최소한 사태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었다”며 “그들이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았겠지만 우리가 이를 진지하게 탐색하도록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해커 박사는 대표적인 대북 유화론자로 분류된다.

◇“김정은은 절대 핵 포기 안 해”

반면 김숙 전 유엔 대사는 “우리가 몇 차례, 때로는 소중한 기회를 놓친 것은 맞다”면서도 “하노이 회담에서 부분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면 핵 부문에서는 더 이상의 진전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해커 박사와 정반대의 의견이다.

그는 “김정은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김씨 왕조의 가보”라고 했다. 김숙 전 대사는 북한의 코로나 상황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북한의 2600만명의 인구 중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70%인 1700만명이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에 감염돼야 한다”며 “이 경우 10만명의 사상자가 나오고, 사회적 동요가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핵이나 미사일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상황으로 북한과의 외교적 관계는 더 경색될 수 있다”고 했다.

패널로 나선 조주희 ABC뉴스 서울지국장은 “북한의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미치광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묘사되지만 취재하며 가까이서 본 그의 모습은 일반적 사람에 가까웠다”며 “북한 문제를 볼 때 한걸음 떨어져 북한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기문, “북한은 무쇠, 남한은 대나무”

한편 이날 행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2개의 코리아가 뚜렷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며 “남한은 소프트파워가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북한은 (군사력 등) 하드파워만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북한은 무쇠, 남한은 대나무로 비유했다. “북한은 무거운 무쇠처럼 아주 강하고 튼튼해보이지만 사실 내부의 작은 균열로도 깨질 수 있다. 하지만 남한은 내부는 비어있지만 외부 충격에 강하고 강력한 회복력을 보이는 대나무 줄기”라는 것이다.

그는 “하드파워나 소프트파워가 명확히 나뉜 길은 아니다”라며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융합한 ‘스마트파워’를 갖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