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과 관련해 “그동안 국정에서 대단히 미흡했던 점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한 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께서 표출해주신 민의를 굉장히 심각하게,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정부가 국정에서 국민의 동의와 국회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을 포함한 개혁 과제를 정부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고 힘을 보태주는 것과 국회에서 여야가 협조해주는 것이 필수적인데, 그런 (동의·협조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우리 정부가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특히 “어떤 정책을 갑자기 던지는 게 아니고, 사전에 충분히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국민과 정치권에 공유하고, 국익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지지하도록 하는 노력들이 부족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어서 “그 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영(令)에 의해 내각을 총괄하고 있는 총리로서, 누가 뭐라고 해도 저의 책임”이라며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총선 다음 날인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도 “정책의 정상화, 경제 위기 예방, 민생 안정,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 등 개혁 과제는 정부가 확실하게 이끌어가야 한다”며, 정책 방향 수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것은 행정부만의 일로 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 분명하다”며 “국민과 국회와 언론, NGO(비정부기구)를 포함해 모두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인식하면서, 특히 국회에서 협치적인 관계를 만들어 우리 국정의 많은 과제들에 대해 국민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 회담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지난 월요일(15일) 주례 회동에서 자연스럽게 그 말씀이 나왔다”며 “그 길은 열려 있고, 어떤 시기에 어떤 의제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대통령실에서 계속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총선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한 데 대해선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을 인기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한 총리는 “국가가 국민의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재원 지출은 한두 건 할 수 있지만, 그 지출이 미래 세대를 위한 인프라를 키우고 인재 양성하고 기술 개발하는 데 쓰이는 것이 아니고 ‘개인에게 얼마씩 주면 행복해진다’고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굉장히 경계해야 할 정책”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경제 상황에 대해선 “거시적으로는 올 들어 현저히 나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초완화적인 금융·재정 정책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면 경제 논리로 당연히 오르게 돼 있다”며 2020년 이후 코로나 대응으로 세계적으로 물가가 상승했다고 진단하면서도 최근에는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다”고 했다. 또 “고용률도 월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고,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반도체 수출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이란·이스라엘간 무력 충돌 등으로 인한 유가 불안과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선 “경상수지 흑자와 대외적 안정에는 도움이 될 것이지만 대내적으로 물가 등에는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도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갈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그는 “이란 문제에 대해선 미국도 깊이 관여하고 있고 세계 여러 나라가 더 이상 확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잘 해결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